포기하려던 순간, 악플이 오히려 나를 돌려세웠다
글이란 걸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소설을 썼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 쓰고 싶었던 글은 언제나 소설이었습니다. 몇 년쯤 소설을 쓰다 어느 날 문득 멈추고 말았습니다. 제가 쓴 소설을 읽어줄 독자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등단의 장벽을 넘지 못한 비 등단 소설가는 소설을 출간할 수 없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렵습니다.)
결국 ‘외도’하듯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에세이 두 권을 출간하며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이제 소설의 꿈을 접고 에세이스트로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납니다. 브런치에 ‘손바닥만 한 소설들’이라는 매거진에 단편보다 짧은 콩트를 올렸는데, 그중 한 편이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한 거예요. 현재 (2021.3.30.) 13만 뷰를 훌쩍 넘어섰고, 글이 너무 재미있으니 소설을 계속 써달라는 독자들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응원의 댓글만 있던 건 아니어서, 생애 첫 악플을 받았습니다. 악플을 단 분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악플에 찔린 가슴은 아팠고 그 독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 흐느끼기도 했고, 온몸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를 일으켜준 건 악플을 읽고 세심하게 제 마음을 위로하며 응원해준 독자들의 댓글이었습니다.
그동안 악플이 없던 건 ‘악플 달릴 만한’ 글을 절대 쓰지 않으려 애썼기 때문이에요. 속으로는 분명한 관점이 있어도 절대 드러내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써왔던 거죠. 실은 상처 받기 싫어서 택한 ‘비겁한’ 글쓰기였어요. ‘물어 뜯길’ 자신이 없어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쓰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겪었든 겪지 못했든, 알든 알지 못하든, 믿든 믿지 못하든 세상에는 어둠이 존재합니다. 제가 쓴 콩트는 그 어둠의 아주 작은 일부를 드러냈을 뿐입니다. 몇 개의 악플이 있었지만,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라이크 잇’ 해주시고 응원의 댓글을 달아 주셨어요. 어둠의 일부를 글로 드러내 준 것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생애 첫 악플, 소설을 계속 써도 될까요?
소설을 막 포기하려던 길목에서 악플이 오히려 저를 돌려세웠습니다. 물론 여전히 자신은 없습니다. 겨우 악플 한두 개에도 하루 종일 무너져 울어버릴 만큼 제가 여리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조금씩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문장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손바닥만 한 소설들> 겨우 손바닥만 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 책에 기대어 다시 소설을 써보려고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둠, 뒤틀리고, 아프고, 어긋난 사랑이야기를 막 시작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