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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평리이평온 Mar 10. 2024

겨울의 사려니

제주에서 걷다

사려니는 푸르다.     


숲이 주는 싱그러움.

내가 숲이 되고, 나무는 내가 되는

조근대는 대화와 나직한 발걸음이 있는 곳.    

 

푸른 봄날의 사려니다.     



겨울의 사려니는 검다.

검어서 신성한 곳이다.     


흐린 날의 사려니는 어둑하고 침침하지만

낮은 조도 속 사위로 뿜어나오는 삼나무 기운은 

더불어 나를 침잠케 한다.     


무겁게 숨을 내쉬며 내딛는 족적은 

숲 한가운데로 들어갈수록 가벼워지고

족적 하나하나에 

지난 일주일간 날 옭아매고 생채기 냈던 

날선 감정들을 떨굴 수 있다.     


숲이 조용히 내뱉는 숨소리를 듣는다.     


내 안의 작은 울림이 있다.

귀 기울여 들어본다.



흐린 날이다.

오후 늦게, 아내와 함께 월든삼거리까지 걸었다.


대화가 없어도 마음이 서로에게 전해지는 곳.

그래서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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