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다.
매일매일 뜨거운 바람이 내 안으로 불어 들어와
나를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창문을 열었다.
코끝이 찡하도록.
눈에 물이 차오를 때까지.
바람이 불었다.
낯설고 두렵기까지 했던 그날의 바람은
내 손을 잡아 끝까지 나를 안았다.
그것은 신이 내게 허락한 또 다른 세상이었음을.
여러 계절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
오늘도 바람이 불었다.
오래된 불안에 묶여있던 나를 데리고 가
잃어버린 나를 찾아 울고 웃고
꿈을 꾼다.
바람은 여전히 불어오고
나는 이곳에 서 있다.
바람을 온전히 마주할 용기.
지금,
그 시작의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