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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jiney Jan 07. 2024

반짝반짝 로잔의 샛별, 발레리나 박상원

발라레 인생 3막: 무용수 이야기 By Sujiney

맑고 밝다. 발레리나 박상원을 두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러하다. 갓 20대가 된 박상원 무용수를 처음 본 건, 2023년 2월 프리 드 로잔(Prix de Lausanne) 콩쿨 생중계. '코펠리아'라는 작품의 솔로 배리에이션으로 등장한 상원리나는, 참...예뻤다.

글밥 먹고 산 세월이 얼마인데 겨우 '예쁘다'라는 표현밖에 못 하다니 부끄럽지만, 그냥, 그 단어가 그날의 상원리나에겐 가장 잘 어울렸다.

발레 외에도 인상적이었던 순간. 상원 무용수에게 프리 드 로잔 콩쿨 진행자가 소감을 물었을 때다. 상원 무용수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어로 말할 수 있는 게 자랑스럽고, 무대에서 즐길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위 선양이란, BTS만 하는 게 아니다. 상원 무용수는 이날, 영어로 온 질문에 통역 없이 한국어로 딱 맞는 답을 건네면서, 전 세계 발레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한국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관련 영상은 기사를 쓰며 박제해뒀다. 링크는 여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0121   




프리 드 로잔. 발레 꿈나무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무대다. 인터뷰 기사에도 썼지만, 스포츠에 올림픽이 있다면 발레엔 프리 드 로잔이 있다.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장도 프리 드 로잔에서 입상했고, 수많은 발레 무용수들이 프리 드 로잔의 무대를 밟았고, 밟기를 꿈꾼다. 참고로, 강 단장은 올해 프리 드 로잔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리 드 로잔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된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발레계에서 위상이 탄탄하다고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 강 단장께도 박수를 보낸다.

박상원 무용수의 삶은 아마도, 프리 드 로잔 전과 후로 나뉘지 않을까. 이 에세이를 위해 별도로 지난주 박상원 리나에게 질문을 보냈다. 그의 답을 그대로 옮긴다.

"2023년은 정말 감사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프리 드 로잔부터 유니버설발레단(UBC)과 함께한 '심청' '백조의 호수' 공연, 그리고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주니어 컴퍼니(Dutch National Junior Company)에서의 경험들을 할 수 있었어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는데요, 돌이켜보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온 것 같아요."

직접 관람한 '심청' 무대에서, 상원 무용수는 그다운 무대를 보여줬다. 베테랑 이현준 수석무용수와 호흡도 훌륭했고, 싱그러운 자신만의 매력을 표현했다. 그의 구만리 같은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상원 무용수의 '심청'. 출처 박상원 무용수 인스타그램, 유니버설발레단


하지만 상원 무용수는 한때 발레 전공을 망설였다고 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특히 자신감을 잃었다고. 하지만, 이내 용기를 냈다. 연습에 더 열을 올렸다. 지성이면 감천. 7개월 뒤, 그는 선화예중 합격증을 받아들었다.  


지난해 2월 인터뷰 촬영 사진. 이쁘다! 저작권 중앙일보


올해는 상원 무용수에게 새로운 도전의 해다. 그는 이 에세이를 위해 1월 5일 보내온 답변에서 이렇게 각오를 다졌다.

"2024년엔 지난해보다 나은 제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받았던 감사한 기회들을 잘 살려서 발판으로 삼고 도약하고 싶습니다. 한 번에 많이 바뀔 거라는 생각보다는요, 처음부터, 천천히, 부족한 점을 메워가려고 해요."

발레만을 바라보고 달려왔고 달려갈 상원 무용수이지만, 그도 발레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었다. 극복의 과정이 겪어낸 그에게 물어봤다. 취미로 발레에 도전하는 성인들이 겪는 과정에 대한 조언을. 사실, 본진 발레조아 작품반에서 그의 '코펠리아' 버전을 한 달 배웠을 때의 좌절감이 아직 생생하기도 했다. 상원 무용수는 세상 해맑고 찰지고 예쁘게 표현해낸 동작들을 거울 속 나는 낑낑대고 계속 틀려댔으니. 선생님께 죄송했다. 어찌보면, 열심히 할수록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는 게 성인 취미발레 아닐까. 그런 그에게 상원 무용수가 들려준 어여쁜 답을 그대로 옮긴다.

"발레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즐겁기보다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고, 그러다보니 (발레가) 부담스러워진 분들께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춤추는 게 즐거워서 시작을 했다고 해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어쩔 수 없이 부담감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점차 발레에 대해 알아가며 지켜야할 것, 해야할 것이 강박으로 다가온다면...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꼭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취미의 장점은 꼭 잘하지만은 않아도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의 다음 이 문장에 내 마음은 또 말랑말랑해졌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시다 보면 성과는 언젠가 뒤따라 올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춤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상원 무용수도,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무대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춤출 수 있기를, 두손모아 기원한다.

By Suji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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