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분노는 부당한가

<쿵푸팬더> 타이렁 : 인정받고 싶은 욕구

by Gomsk

<쿵푸 팬더> 눈표범 타이렁은 20년 동안 특급 감시를 받으며 지하에 갇혀 있었다. 레서 판다 사부는 그를 잊은 듯 살았지만 다시 그 존재를 떠올렸을 때 실제로 자신 앞에 나타났다. 대화의 여지 따윈 없는 얼굴로 타이렁은 모든 것을 파괴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는 사부에게 인정받지 못한 과거 그 시점에 삶이 매여 있다.


마을 사람.. 아니 동물들이 모두 피난 가고 사부는 홀로 타이렁을 맞는다. 싸움이 벌어지고 수세에 몰린 사부는 그때서야 진심을 보여준다. 자기가 기대한 만큼 발전하는 너를 보며 항상 자랑스러웠다고. 하지만 용의 전사가 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야. 미안하다. 이어지는 타이렁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그때 우그웨이 대사부가 자신을 용의 전사로 인정하지 않았을 때, 당신은 무엇을 했으냐고. 타이렁을 감옥에 가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차가운 지하 감옥에서 쇠사슬에 매달린 채 젊음을 보낸 그가 "아이 어팔러지.." 사부의 한 마디에 일순 마음이 흔들렸으나 그대로 누그러지기는 어려웠다.


마음의 온도가 있다면, 얼어붙은 타이렁에게는 메가톤급 군대 감시가 아니라 온돌 같은 뭉근한 사랑이 필요했다. 어릴 때부터 제자로 들여 키운다는 것은 일반적인 육아와 같아 보인다. 사부는 타이렁이 원한을 오래 묵히기 전에 사과했어야 했다. 원망에 원망을 더하며 타이렁의 뇌는 복수의 회로만을 키웠을 것이다.


나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대신 "네가 최고다. 우그웨이 할아범은 널 못 알아보는 거다. 에이 치사하고 더러우니 우리 다른 길을 알아보자. 너는 최고다, 용의 전사가 아니면 어때. 넌 이미 존재 자체로 완벽한 아이야."

대사부 몰래 타이렁을 달래주었다면.


순간 흔들렸던 타이렁의 눈빛이 더 날카롭게 바뀌었을 때 그는 분노에 불꽃이 붙어 스스로 타들어가고 있다. 쿵푸 팬더 포가 나타나 결전을 벌이기 전 이미 자멸한 것이다. 위험한 빌런이 등장하면 이야기는 흥미로워지지만 누구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청소부 윌(맷 데이먼 분)이 깊은 분노를 터트렸을 때 맥과이어(로빈 윌리암스 분)는 피하지 않았다. 윌의 어두운 유년시절과 아픈 경험은 맥과이어 교수와 무관하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온몸으로 아니, 가슴팍을 내주며 윌의 분노를 받아들인다. 청년 윌이 빌런.. 화 되지 않았던 것은 깊은 배려가 담긴 한 마디 때문이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모두에게 삶은 단 한번 주어지고 사제지간처럼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녀와의 인연도 한 번뿐이다. 사부여, 자랑스러워한 그 마음을 어린 타이렁에게 퍼붓듯이 표현할 수 없었나요. 국숫집 아빠가 포를 절대적으로 지지했듯이. 타이렁도 용의 전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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