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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k Thru Jan 24. 2021

걷지 못하는 너를 보며 나는 부끄러웠다.

낭비되는 나와 너

귀찮은 마음을 부둥켜안고

한껏 게을러진 아침 몸뚱이를

겨우겨우 이끌며 요가를 하러 가던 길.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를 가진

아마도 18살 정도 돼 보이는 깡마른 남학생은

스스로 온전히 서 있지 조차 못할 정도로 연약해

노쇠한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내가 지나는 길에 있던 병원 입구를 들어서고 있었다.


활짝 몸을 열러 가는 요가가 그저 아침의 사소한 일정인 한 사람과

어쩌면 스스로 계단을 오르는것이 평생의 소원일지 모르는 한 사람의

적나라한 일상의 스침.



그때는 안쓰러웠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때도 지금도 내가 가졌던 마음은 동정이 아니다.

두고두고 내 맘에 예리하게 에린 그 감정은

바로 부끄러움.


나는 내게 주어진 것을 낭비하며 살았구나.

그런데도 수많은 나날을 이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살았구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임무와 능력을 갖고

가능한 한 삶에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나를 위해서도 좋고

남을 위해서도 더 좋고

그리하여 온 삶이 이롭도록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부끄러워 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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