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되는 나와 너
귀찮은 마음을 부둥켜안고
한껏 게을러진 아침 몸뚱이를
겨우겨우 이끌며 요가를 하러 가던 길.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를 가진
아마도 18살 정도 돼 보이는 깡마른 남학생은
스스로 온전히 서 있지 조차 못할 정도로 연약해
노쇠한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내가 지나는 길에 있던 병원 입구를 들어서고 있었다.
활짝 몸을 열러 가는 요가가 그저 아침의 사소한 일정인 한 사람과
어쩌면 스스로 계단을 오르는것이 평생의 소원일지 모르는 한 사람의
적나라한 일상의 스침.
그때는 안쓰러웠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때도 지금도 내가 가졌던 마음은 동정이 아니다.
두고두고 내 맘에 예리하게 에린 그 감정은
바로 부끄러움.
나는 내게 주어진 것을 낭비하며 살았구나.
그런데도 수많은 나날을 이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살았구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임무와 능력을 갖고
가능한 한 삶에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나를 위해서도 좋고
남을 위해서도 더 좋고
그리하여 온 삶이 이롭도록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부끄러워 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