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자질
소설을 쓰는 상상을 했다.
소설가가 된 하루는 어떤 일상일까 하고.
나의 이야기를 써야 할까?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등장인물의 이름은 어떻게 하지?
진짜 사건을 가져다 쓰는 것은 괜찮은 일일까?
사실로 채워줘야 할 부분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이며 어떤 부분에다가 상상의 조미료를 쳐줘야 좋을까?
그 무엇보다 나는 삶에 대해 용기 있게 바라보고
'좋은 삶’과 ‘나쁜 삶’에 대해
내 멋대로 판단하지 않고
무심하게 써내려 갈 수 있을까?
우리 피부 아래 모두가 감추고 사는
본능적인 세포의 움직임과 같은 부분은 또 어떻고.
성적인 것,
광적인 것,
악의적인 것,
특수한 것,
지극히 개인적인 것
들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 같은 인간의 한 면이라고
단호하게 써내려 갈 수 있을까.
소설가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들여다보고
혹시 쓰일 소설에 대해 상상을 해보았지만
나는 역시 소설을 쓰는 것은 너무 어렵다.
소설을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소설보다도 더 이야기 같은 진짜 인생이
사방에서 서로 얽혀
이미 수많은 단락을 실시간으로 펼쳐내고 있는 것을
나는 책 한 권으로 쑤셔 넣을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