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시계를 제외한 다른 액세서리는 잘 하고 다니지 않는다. 특히 손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 반지는 거의 끼는 일이 없는데도 아일랜드에서 클라다 링을 봤을 때는격하게 반지 쇼핑 욕구를 느꼈다.
클라다 링(Claddagh Ring)은 아일랜드 골웨이의 작은 어촌 마을 클라다에서 어떤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직접 만들어 청혼한 데서 시작된 전통 공예 반지다.결혼반지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지금은 그냥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실 골웨이가 아닌 곳에서도 클라다 링은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관광지의 기념품 샵에는 단골로 꼭 진열되어 있는 아이템이다. 볼 때마다 그냥 지금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왕 아일랜드에 온 김에 골웨이에서 사는 게 더 특별하겠지 싶어 몇 번이나 그대로 내려놓곤 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골웨이는 반지 때문에라도 일부러 꼭 가야만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결국 골웨이에 도착해서 하루를 묵고 떠나는 날 아침, 들뜬 여행자는 수많은 클라다 링 가게들 중 제일 일찍 문을 연 곳을 찾아갔다. 친절한 여자 직원 두 분이 반갑게 첫 손님이라며 맞이해주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한참을 이것저것 껴보다가 내 거 하나, 사촌 동생 거 하나를 골랐다. 포장하는 시간 동안 반지의 숨은 의미를 설명해주던 직원이 '아, 근데 혹시 직접 끼실 거예요? 여자가 스스로한테 선물하면 별로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어요'라며 살짝 난색을 표했다. 속설은 속설일 뿐인데 무슨 상관이냐 싶으면서도 혹시 모를 불운을 피해 갈 명분이 필요했다.
첫 혼자 여행을 앞둔 조카에게 사랑하는 고모는 고생하지 말라며 두둑한 용돈을 보내주셨다. 그래, 그럼 이건 그녀의 사랑으로 사자.
"괜찮아요. 이거 우리 고모가 사주시는 거예요!"
끼는 손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서도 의미가 다 다르다고 하지만 전 그냥 주로 왼손 검지에 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