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도 이유가 있어#왜 힘든지 네가 이유를 왜 몰라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다시 4일 전으로 돌아온 것 같네. 내가 노력하고 있는 거 안 보이냐고 했더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맞아. 제자리걸음.
내가 상대방에게 마음이 힘들고, 우울감이 있고,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내 말을 이해해 줄 줄 알았다.
'정말 힘들구나' 하고. 적어도 나는 그렇다.
상대가 마음이 힘들어서 '약을 먹고 있어, 상담을 받고 있어' 하면 내가 세세하게 물어보지는 못하더라도 정말 '많이 힘들구나. 내가 도울 게 없나?' 생각한다.
아마 내가 마음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라 '나처럼, 설명하기 힘든 이유들이 있나 보다' 또는 '얘기하기 복잡한 일들이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내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방이 이 정도의 이해는 할 줄 알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가 A에게 일 년 동안 약을 먹는다고 이야기하고 상담을 받는다고 이야기를 줄곧 해왔는데,
그런데 A가 어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도대체 네가 뭐가 힘든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일 년 동안 나와 가장 많은 연락을 하고, 시간을 보내며 내 나름 나의 이야기를 자세히 했다고 했는데 모르겠다고 하는 말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내가 가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라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라
내가 이번에도 이야기를 한다고 많이 했는데, (내 생각의 과정을 생략하고) 많이 이야기를 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답답했던 건, 그다음 이야기였다.
내 감정이 왜 이런지, 내가 뭐가 그렇게 불안하지, 왜 우울한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 말을 믿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왜 모르냐고. 그동안 생각할 시간 많지 않았냐고. 맞다.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최근에는 생각할 시간도 갖고 거리를 둔 적도 있으니까. 그런데 정말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께 자주 말씀드리는 이야기이지만, 차라리 우울증 몇 기 이렇게 진단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떤 병명이 있고, 약을 먹고 치료를 하면 좋겠다.
나도 내가 답답한데, 매번 그냥 힘들다 하며 눈물이 주르륵하는 사람을 옆에 둔 내 주변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 오늘도 잘 놀다 가다 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 됐는데, 갑자기 마음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집에 못 갈 것 같았다. 그냥 멍했다. 눈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 눈을 깜빡하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 먼 곳을 응시하면서 최대한 버텼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의 이런 눈물과,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에 지칠까 봐 겁이 난다. 어떻게 해야 될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내 주변 사람들이 덜 힘들게, 이 과정을 거쳐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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