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왜 살아 ? 08화

왜 살아 7.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by 우주먼지

그런데 A가 어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도대체 네가 뭐가 힘든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일 년 동안 나와 가장 많은 연락을 하고, 시간을 보내며 내 나름 나의 이야기를 자세히 했다고 했는데 모르겠다고 하는 말이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네가 뭐가 힘든지 모르겠어'라는 말. 이 말이 꽤나 크게 내 마음에 다가온 것 같다. 그러게 나는 뭐가 힘들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도 답답하다. 그런 답답함에서 시작된 '왜 나는 생각을 복잡하게 할까, 왜 이렇게 힘들까'에서 시작된 나의 물음의 끝에는 '왜 살아야 되지?'라는 의문이 마지막으로 남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왜 살아야의 하지? 대한 답변은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다'이고, 우리가 고민할 것은 그럼 즐겁게 살지, 괴롭게 살지를 정하면 된다고 해서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지 고민해 보는 과정을 이 글에 담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뭐가 힘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으니, 나는 뭐가 힘들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어제 병원 상담을 가서 대기를 하는데 의사 선생님은 한 분이신데, 다섯 명의 환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는데 답답했다. 그리고 짜증도 났다. 다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여기 이렇게 모였지. (심지어는) 별거 아닌 일로 왜 이렇게 모여있지. 잠 좀 못 자면 어때서. 그 정도는 혼자 이겨내야지.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일 하다가 눈물이 좀 나면 눈물 닦으면서 일하면 되고, 그전에 울긴 왜 울어. 도대체 뭐가 힘든데. 네가 지금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해야 돼 아니면 가족 중에 누가 없어. 뭐가 그렇게 힘들어. 네가 OO처럼 발을 떼지 못할 정도로 우울해? 아니잖아. 친구랑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할 건 다 하잖아. 근데 네 이야기할 때만 왜 이렇게 힘들다고 말해.' 나한테 하는 이야기하는 목소리였다.


30분의 대기 끝에 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10분간은 할 얘기 없는 사람처럼 내가 힘들게 뭐가 있겠어라는 생각에 냉소적으로 굴다가 나중에 이야기가 터졌다)

(나) 선생님, 제가 몇 년 동안 심리 상담, 최근에는 병원, 그리고 일기도 써보고, 책도 읽어보고 나름 노력을 했는데 여전히 힘들다는 것은 어쩌면 특정한 이유가 없는데 힘든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 이유 찾기를 그만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도대체 뭐가 힘드냐고 묻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니까, 그런 게 어딨냐고 생각도 그동안 많이 했는데 모르겠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이유를 못 찾고 있는 걸까요.. 선생님 그냥 제가 어떤 병명이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그냥 선생님이,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우울증입니다. 치료가 필요해요.'라고 말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럼 그렇게 저한테 말하는 사람한테 병원에서 우울증이래 그러니까 힘든 거야.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 선생님도 그렇게 딱 진단 하긴 어렵다고 하시니 답답해요. 그리고 오늘 병원에서 기다리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 보고 짜증도 났어요. 뭐가 힘들어서 여기 오는 거지, 이겨낼 수 있지 않나. 다 나약해 보였어요. 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해서 투영돼서 보인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 마음, 정신이라는 게 수치적으로 얼마큼 힘들다고 나타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치료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OO님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라는 것입니다. 저는 상담, 약물, 기기 등을 통해 최선의 상태로 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리고 저는 OO님이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과 상황을 바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의견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OO님이 뭐가 힘든지 이해를 못 할 수도 있죠. 병원에서 상담받는 것을 나약하다고 볼 수도 있죠. 그런데, 저의 의견은 다릅니다. OO님이 그동안 상담받으셨던 일, 지금처럼 병원에 오시는 일, 일기 쓰셨던 일 모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나한테도 감기처럼 코막힘 증상이 있으니 ~약을 먹으세요 하고 처방을 내려주면 좋겠다. 감기 걸렸다고 하는 사람에게 뭐가 도대체 아파 이러지 않으니까. 옷을 춥게 입었나,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였나 등 감기 걸렸다고 하면 말하지 않아도 (태어나서 한 번쯤은 걸려보기 때문에) 예상되는 이유들이 있고 이해한다.


내 상태에 대한 팩트(?)는 무엇일까.

내가 분명히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고,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것은 맞다. 그런데 또 아닐 때는 분명히 잘 살아진다. 이렇게 일기도 쓰고, 블로그에 영어 공부도 올리고, 영작 연습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사람들과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나도 내 상태의 팩트가 뭔지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실제 내 상태인 건지, 생각인 건지, 내 나약함에서 비롯된 합리화인 건지, 그냥 주변 사람들한테 동정과 위로를 받기 위한 외로운 마음인 건지 모르겠다. 누가 정의 내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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