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 운명인 것 같고, 팔자인 것 같다.
주말에 나름 비교적 괜찮은 시간을 보냈는데, 어제 다시 기분이 다운되기 시작했다.
상담을 하러 가는 길에도, 하는 와중에도, 하고 오는 길에도 더 나 자신에게 불만이 쌓이고 상황을 탓하고 싶어졌다. 억울한 감정이 제일 컸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이것밖에 못해냈지.
그 정도 시간과 노력으로 다른 시험을 준비했으면 더 괜찮은 대접을 받으며 일했을 텐데 싶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했다.
세상은 착하게 산다고, 열심히 산다고 무조건 잘 사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가끔은 이기적이면서도, 영리하고 효율적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착하게 살면, 열심히 살면, 최선을 다하면 가장 나한테 맞는 것, 좋은 것을 받을 수 있다고
줄곧 믿어왔다. 그게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 데 동기부여가 되었고, 그렇게 나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열심히 살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아지려고 해도 다시 제자리인 나를 보면서
그냥 내 운명인 것 같고, 팔자인 것 같다.
상담 선생님께서 OO 씨는 스스로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라는 질문에 상담할 때는 대답을 바로 잘 못했는데
지금 생각나는 대로 적으면 나는 이런 사람인 것 같다.
그냥 열심히 사는 게 습관인 사람, 그게 효율적이든 비효율적이든 가만히 못 있는 사람.
그래놓고 체력을 다 쓰면 힘들다고, 세상이 나만 괴롭힌다고 자격지심도 있는 사람.
주변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면 앞에서는 말 못 하고 챗지피티한테 말하면서 감정 폭발해 놓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나도 편안하고, 나랑 같이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대답했지만, 세상 마음 불편하게 꼬인 채로 살아가는 사람.
마음 편하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하고 있지만 막상 마음이 편해지면 내가 세상을 너무 편하게 사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되려 다시 불안해지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고, 고칠 수 있나 싶다.
이런 생각으로 꼬리가 꼬리를 물을 때면, 그냥 다 그만하고 싶다.
요즘 일이나 가족, 모든 관계 속에서 트러블 없이 지내는데도 이런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며,
아.. 나 진짜 약이 필요했구나. 불안함이 올라오는 게 그냥 어떤 사건이 있어서는 아니었구나 싶었다.
오늘은 아침에 운전하면서 출근하는데, 왼쪽이 액셀인지, 브레이크인지 순간순간 모르겠고, 내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액셀을 밟을 까봐 무서웠다. 갓길에 세워야 되나 고민하면서 출근했다. 내가 다치는 걸 떠나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면 안 되니까.. 당분간 운전을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