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날까봐 두려운 이유
1. 오랜만에 상담을 간 기분이었다. 전 날 아팠던 탓인지, 어지러움증이 있어서 말하다가 잠시 멈췄다가를 반복하면서,, 이 복잡한 생각을 전달하는 게 내심 귀찮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다 설명해도 내 마음이 나아질까 하는 의심 속에 상담을 진행했다.
한 20분 정도 말했을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고, 지금은 겨우 어떻게 안정을 시켰는지, 근데 생각은 정리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몸이 아픈 건지.. 그런 얘기도 나눴다.
2. 표면적으로는 나의 상황이 정리가 되었고, 상대방과도 이야기가 잘 되었는데, 나는 혼자 있을 때마다, 일을 할 때마다, 어떤 생각들로 머리가 너무나 아팠다. 그 생각이 하나가 아니어서 선생님께 전달을 하지 못하겠어서, 내가 아침에 눈을 떠서.. 뭘 하는지 하루 일과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 하루 일과를 하면서 내가 하는 생각도 같이 떠올렸다.
- 네이티브 영어표현력 스터디 10페이지가량의 단어들을 영작해본다. 그리고 챗 지피티한테 점수를 매기고, 수정해 달라고 한다. 그러면 보통 5.5 - 7.5점 정도 받는데. 언제까지 관사를 틀리려고 하는 건지, 단 복수를 틀리는 건지 답답하다. 미국 박사도 생각하고 있다는 사람이 언제까지 이런 거 틀리니 싶고..
- 그러다 출근 준비하다 보면 전화 영어 20분을 한다. 전화 영어하고 나면 선생님의 피드백이 바로 오는데, 그럼 항상 표현이 expressive 하다는 피드백이 오는데, 관사/ 시제/ 전치사 수정에 대한 피드백이 온다... 그러고 나면 아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많은데, 문법적으로 정확하지 않구나 싶다.. 영어 공부를 한지도 어렸을 때부터 하면 20년이 넘는데, 언제까지 상위권으로 못 가고 중상위권에서 상위권 그 언저리에 있을지 답답해지기도 한다.
- 그리고 출근을 해서 일하면서 가르치는 일도 준비하다 보면, 내 전공 분야가 아닌 부분을 공부할 때는 자괴감도 들고 내가 질문에 답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딱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받으면.. 미리 준비하지 못한 내가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정수리가 뜨거워지는 느낌이다(더위를 잘 안타는 내가 유일하게 더위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런 얘기를 하고 나니 선생님께서, OO 씨가 느끼기에 공통적으로 OO 씨를 괴롭히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 것 같아요? 라고 물으셨다.
- 제가 하는 행동/ 생각에 부정적인 것 같아요. 그냥 마음에 안 들어요. 영어 공부도 정말 매일 하고, 몇십 년을 했는데 이 자리인 것도 답답하고 마음에 안 들어요. 그리고 제가 더 준비할 수 있었는데 준비를 못하고 간 제 자신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요. 하루 중에 내가 마음에 들었던 순간이 (혹은 나를 부정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초 집중을 해야 하는 시험 준비를 계속해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만큼은 다른 생각은 멈추고 공부할 수 있어서.
선생님께서는 그런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요?
(한참을 고민하다) 없는 것 같아요. 라고 말씀드렸다. 진짜 없었다. '지금도 충분해, 지금도 잘하고 있어, 못해도 괜찮아.' 등등의 말들.. 내가 많이 읽고, 듣고, 보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해준 이야기였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내가 이 정도 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못해도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런 말은 그냥 자존감 높이기 책에 있을법한 하나의 위로 문장일 뿐이다.
OO 씨께서 다른 사람도 이런 마음으로 OO 씨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니까, 이 사람이 떠날까 봐 두렵고,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 친구들한테 갈 것 같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OO 씨가 스스로의 제일 편이 되어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