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팔지꼰 : 지 팔자 지가 꼰다
연휴라 상담을 쉬어서 이번 주는 하나만 기록합니다.
지난주에 큰 결정을 했다. 함께 하는 걸로. 큰 결정이면서도 일 년 넘게 고민했던 거라 마음이 생각보다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해졌다. 10회 차 상담 때도 샘이랑 이야기했었는데, 나는 고민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하고 나야 직성이 풀리고, 그래야 나 자신에게 떳떳해진다. 길 가다가 하늘이 노래보일정도로 고민하고 아파야 '아, 내가 정말 고민을 하느라 힘이 드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이고 내 고민에 대한 답이 스스로에게 납득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무 쉽게 결정한 것 같고, 그렇게 쉽게 결정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너무 쉽게 모든 게 흘러가면 되려 불안해진다.
그래서 웃기게도, 나는 내가 몸이 아플 때가 마음이 제일 편안한 상태이다. 그럼 그 순간만큼은 이런저런 고민을 할 수 없기도 하고 (너무 아프니까), 그만큼 내가 열심히 살았다는 반증이 되는 것 같다고 해야 되나.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지팔지꼰'이라는 단어를 들었었는데 그 단어가 딱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지 팔자 지가 꼰다고...
맞다. 나는 내 팔자를 내가 꼬는 스타일이다.
편안한 상태로 가기 위해 상담을 받고 있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걸 불편해하고, 내가 너무 편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내가 건방지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러다가 안 좋은 일 생기면 어떡하지. 내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뺏어가면 어떡하지. 하며 또 다른 걱정을 시작한다. 그러다 내 기도와 상상은 '차라리 제가 아프게 해 주세요. 제가 다 겪어 낼게요. 제가 힘들어도 되니 제 주변 사람들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라고 끝난다. 그럼 나는 또 내가 만들어낸 걱정과 상상과 과거에 대한 후회로 하루하루 복잡하게 살아간다.
지팔지꼰.
지난주 목요일에는 병원 상담이 있었는데, '너무 귀찮아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남의 기분 생각 앞으로 미래에 해야 되는 큰 결정들이 너무 버겁고.. 귀찮아요. 그러 말을 하면서 울었었는데,
주말 동안은 큰 결정을 하고 마음이 편해졌었다. 근데 그 편안해짐도 잠시 이 편안해짐이 두려워 일요일 밤에는 이유 없는 눈물이 나고 걱정이 되고 잠이 오지 않았다. 브런치 글도 쓸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에는 연휴긴 하지만, 전화 영어 수업은 있어서 일찍 일어났는데, 그 선생님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행복해 보인다면서, 이미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영어로 말하다 보면 텐션이 올라가고, 또 20분 동안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게 되는데, 그런 내 모습이 목소리로 들었을 때는 행복하게 들렸던 것 같다. 물론 행복한 순간과 걱정이 되는 순간이 함께 있는데, 행복해하는 내 목소리도 나고, 걱정하는 내 모습도 나고,, 다 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