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너, 살겠다고 발버둥 쳤잖아.'
새벽 6시.
내 목소리가 들려와 잠에서 깼어.
온몸이 찌릿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지.
내 안에서 꿈틀거리던 그 말의 정체는 뭐였을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는데 어떤 장면이 스쳐갔어.
엄마의 자궁에서 빠져나와 무방비 상태로 삶을 마주했던 순간이.
더 이상 숨지 않고 내 생을 살아보겠며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던
물렁하고 작고 불그스름했던 내가 보였어.
살고 싶어 했구나.
가장 연하고 약했을 때 가장 우렁차고 힘찬 몸짓으로
좁고 가난했던 그 자궁으로부터 도망치며 희망을 품었구나.
세상 어딘가에 내 자리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했구나.
삶을 향한 열렬한 의지가 잠든 나를 깨우는 것 같았어.
점점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고.
상실과 체념과 슬픔을 딛으며 걸어가라고.
같이 걷자. 우리.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_스토너, 존 윌리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