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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May 04. 2021

마음만 받을게요는 그만

5월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1년의 한 번뿐인 특별한 날을 기념해서 선물을 산다. 선물을 받은 상대방의 기쁜 표정을 생각하면서 잠시 행복감에 젖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다가왔다. 돈 잔치에 막을 알리는 5.5일 어린이날이 찾아왔다.


올케가 임신하면서 1년 동안 올케가 하던 일을 도와주고 있다. 같이 근무하고 있는 부장님이 채린이를 보더니, 어린이날이라고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서 주셨다. 나는 미안해서  “부장님,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채린이도 나를 보더니 안 받겠다고 손을 피했다. 부장님은 채린이가 귀여워서 주시는 거라며 거절하지 말라고 말하며 아이 잠바 주머니에 넣어주셨다.

그럼 만 원만 주시라고 다시 돈을 드리니, 더 많이 주고 싶은데 많이 못 주는 거라며 한사코 돈을 주셨다. 더 거절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아이에게 받으라고 하니 아이는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돈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엄마, 나 용돈 모은 거로 어버이날 엄마 카네이션 바구니 사줄게.”라고 말했다. 순간. 아이가 힘들게 용돈 모았던 게 생각이 나고, 꽃은 금방 시들어 버릴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찮아, 채린이 마음만 받을게.”라고 말해버렸다. 그러자 아이가 “엄마, 아니야  아니야  하지 마. 주는 사람이 얼마나 뻘쭘하겠어?”라고 말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나 역시 용돈을 모아 학교 근처 꽃집에서 카네이션 바구니를 샀었다. 선물을 받은 엄마는 기쁜 얼굴보다는 금방 시들고 말걸, 돈 아깝게 왜 꽃을 사 왔냐고 볼멘소리를 하셨다. 어른이 돼서도 엄마는 항상 선물을 받으면 고맙다는 말 대신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이런 비싼 것은 왜 사 왔어.”라고 말씀하셨다. 선물을 드릴 때마다 기쁨보다는 난 항상 죄책감이 컸었다. ‘엄마에게 더 좋은 것을 사주고 싶은데, 이것밖에 못해주는 딸이어서 미안해.’ 엄마는 자신의 딸이 힘든 사회생활을 하면서 벌었던 돈이기에 아까워서 그렇게밖에 말을 못 해 주셨다.  표현이 서툴렀던 분이었다.

내가 엄마가 되니,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꽃을 좋아하는 내가 아이의 금쪽같은 돈으로 꽃바구니를 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돈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간식을 사 먹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아이의 대답을 듣고  반성이 되었다.


선물은 받는 기쁨보다는 주는 기쁨이 더 크다. 아이는 엄마가 선물을 받고 행복할 표정을 생각하며 아낌없이 자기 돈을 쓰는 것이다. 자기 용돈에서 엄마에게 초콜릿 사주는 것도 망설였던 아이가 어버이날이라고 통 크게  쏘는 거였다.

나도 나의 엄마처럼 항상 마음만 받을게 라고 말한다면, 아이는 나에게 뭘 더 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주는 기쁨을 모르고 살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나에게는 관대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돈을 쓰는 게 인색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망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선물은 기쁜 마음으로 받는 거였다. 아이에게 말했다. “알았어. 채린아, 엄마 꽃 선물 받을게. 엄마도  어린이날 채린이 선물 사줄 때, 항상 기뻤거든. 채린이도 그런 기쁜 마음으로 엄마에게 선물해주는 건데, 엄마가 안 받을 이유가 없지.”

“아까 부장님한테 했던 것처럼 아니야, 아니야 하면 안 돼.”

“하하 알았어.”    


선물은 주는 사람도 행복하고 받는 사람도 행복해야 가치가 있다. 혹여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을 받았더라도 기분 좋게 웃으며 받아보자. 주는 사람이 그 모습을 기억해서 다음에는 더 좋은 선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자식이 주는 선물이 아깝다고 집에 모시지 말고, 마음만 받겠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뽐내며 적극적으로  선물 받은 티를 내보자. 부모의 그런 모습에 자식은 뿌듯해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코로나로 가족끼리 밥 한 끼 제대로 못 하지만, 상대방을 생각하며 산 선물로 누구나 가슴 따뜻해지는 가정의 달 5월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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