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훈 Apr 10. 2023

마라

7장. 아파하지 마라

02. 아파하지 마라








 요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유행이다. 그러면 청춘이 지나면 아픔도 없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살아가는 중에 아픔은 언제나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사랑했던 이와의 이별 그리고 죽음, 부부간의 갈등과 이혼 그리고 아이들과의 불화도 아픔이었다. 사람이 사는 동안 기쁘고 행복한 순간보다 슬프고 아픈 순간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잠깐의 기쁨과 행복한 순간이 그 몇 곱절의 슬픔과 아픔을 잊게 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부가 함께 하다 헤어지고 난 뒤 대개의 경우 해방감과 해결의 기쁨은 잠시이고 그 뒤에 밀려오는 허탈감으로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골치 아픈 관계의 청산에 대한 기쁨은 몇 달을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살아가야 하는 현실 앞에서 막막함과 위기를 느낀다는 것이다. 애써 감추려 하지만 내면의 고독을 떨쳐버리기에는 인간은 너무 나약한 존재인 것이다. 그 허전함으로 또 다른 이성을 찾게 되거나 술과 유흥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자칫 잘못하여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여우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나는 것과 같은 일이 흔히 발생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혼이 주는 아픔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실감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아픔에 파묻혀 허우적 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이왕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씩씩하게 현실을 이겨나가야 한다. 아파하고 움츠러드는 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만일에 아이와 함께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혼을 결심할 때 동시에 “이 아이는 내가 잘 키울 거야”하는 마음까지 가졌을 것이다. 그렇다. 처음 그런 생각을 가졌을 때의 그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주저앉아 있으면 저 아이는 어떻게 되겠는가? 아이에게는 내가 전부이다. 내가 하늘이요 땅인 것이다. 

내 주위의 이혼한 사람들 중에는 아이들을 끔찍이 아끼고 챙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을 버거워하며 방치하다시피 하는 이도 있었다. 대개의 경우 아이를 잘 챙긴 경우는 아이들이 반듯이 잘 자라주었고 그러지 않은 경우는 문제가 많았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하지 않는가. 톨스토이의 저서 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 속에 대천사 미카엘의 일화를 쓴 부분이 있다. 미카엘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겨 발가벗긴 채로 지상으로 쫓겨나 하나님이 요구한 세 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야만 다시 천사로 부활하는 벌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그가 알아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은 사랑이었다. 사랑, 사랑만이 모든 것을 감싸주고 용서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인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라 했다. 끊임없이 주는 것이다.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을 읽어 본 적이 있는가? 사과나무가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놀이기구도 되고 그늘도 되어주고 열매도 내어주고 가지도 내어주고 나중에는 그루터기만 남겨진 채로 베어져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지만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한동안 아무도 찾지 않는다. 그러다 그 아이가 늙어 다시 찾았을 때 사과나무는 그루터기로 걸쳐 앉을 의자가 되어주는 일상을 그린 책이다. 나무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행복했노라고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런 듯하다. 특히 부모의 경우는 말이다. 사랑은 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한다는 맹세를 하고서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자신만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아픔은 그것에 대한 벌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달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훌훌 털어버리자. 아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던가. 나를 위해 또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든 이를 위해 아파하지 말자. 그리고 당당하자. 


 우리 모두에게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