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들어 멀리 보기

잊기 위해, 또 기억하기 위해 모닝페이지를 한다

by 편J


동생에게 어린 시절 살던 집을 팔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른들 돌아가시기 전부터 몸이 멀리 있었던 탓인지 큰 감정이 일지는 않았습니다. 빈집을 관리하느라 애를 먹던 동생이 조금 평안해지기를 바랄 뿐이었지요.


고향 집은 내게 어떤 장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한 어른이 들어있는 페이지입니다.

큰아버지가 마루에 앉아계시는 풍경이죠. 어른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미세하게 움직이던 흰 눈썹, 얼굴의 주름과 체온, 큰아버지 그늘아래 몸을 뉘인 강아지까지 한 프레임에 있습니다.


아침 빛을 보여주기 시작한 해처럼 마당 너머, 앞집 지붕을 건너, 산을 지나, 하늘로 이어지던 시선.

...

어쩌면 멀리 보던 그 순간이 큰아버지의 모닝페이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오늘 아침에는 '모닝페이지가 내게 멀리 보기를 말해주려고 하는구나'하고 느꼈습니다.


해가 뜨는 하늘, 바람만큼 흔들리는 나무들, 송홧가루가 날리고 철쭉이 피고, 알밤이 익고, 단풍지고 눈이 내리던 날들...

오늘 같은 날은 비가 내리는 지붕을, 물이 떨어지는 처마를, 패이는 마당에 물받이를, 비스듬히 내는 물길을, 마당을 가로질러 놓은 디딤돌을...


어른에게 삶을 바라보는 일은 대비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가족들을 위해서요.

언제나 지금이었겠지요.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위해서요.


등 뒤에서 자라고 있는 생명들과 문밖에서 해내야 할 분투.

그 경계에서 에너지가 고이도록 잠시 머무는 시간, 하루가 다가오는 때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두는 공간, 흘러가는 공기를 느끼며 흐름에 주파수를 맞추는 의식 같은...


오늘 나의 모닝페이지는 멀리 보기입니다.

저절로 풍경이 된 사람을 기억으로 품는 의식입니다.

이제야 멀리 보기를 깨달은 자의 시작이죠

기억은 끝내 눈물을 불러 오네요...


인간은 어떤 걸 '기억하기 위해 적고 또 잊기 위해 적는다'라고 합니다.

공간은 사라졌으나 이제는 남겨진 풍경을 맞이합니다.

적으면서 담담해지는 기억을, 마음을 채우는 시선을 껴안는 거죠.

오늘도 빈 노트에 무엇을 적었습니다. 마음을 들어 멀리 보기입니다



** 모닝페너자이저와 함께 모닝페이지 하기

1. 준비물 - 노트와 펜

2. '모닝페이지를 꾸준히 쓰는 사람은 내면에 있는 지혜의 원천으로 인도된다.'

- 아티스트웨이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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