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집에 가고 싶다고
어학연수 기간 동안 말을 아끼는 것으로 마음이 힘들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어학원 휴게실에서 수업을 기다리고 있는데 젊은 한국 친구가 인사를 했다
그녀와는 어학원 특별활동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뉴욕과 토론토 경기가 있던 날 BMO 경기장이었다
무엇보다 타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는 건 반가움을 넘어 든든하고 의미가 남달랐다
"저는 매일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울컥했다
말을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참고 있던 대사였다
내게는 그 말이 너무나 어려웠다
늦은 나이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감행한 내 선택이 삐걱거린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까 봐, 기운 빠져서 도중에 돌아오고 싶을까 봐, 한편으로는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말해서 뭐 하나 싶기도 했다
내가 하는 말을 듣게 될 나 자신이 더 우울해질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또 이 말을 들어주는 누군가를 힘 빠지게 할까 봐...
여러 생각들 때문에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녀(이름을 나중에 알았다, 수진)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
먼 나라에 와서 지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그리고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한국 친구들의 근황도 들려주었다
'모두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도 잘 지내고 있다고... '
말보다 눈물이 먼저였다
그렇게 드디어 입을 열어 마음을 토해내듯 말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개운했다
...
그리고 걱정했던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눈물이 가득 찬 눈빛으로 서로를 응원했다
그녀와의 악수는 따뜻했다
마음이 정리된 후 여행에서 만난 딸에게 '그때 그랬었다'는 얘기를 했다
딸은 그때 워싱턴에서 공부하고 있던 중이었다
"엄마!
집에 가고 싶으면 가고 싶다고 해도 돼
엄마가 나한테 집인 것처럼 내가 엄마 집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