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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써야 할 순간, 목어

물고기는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다

by 편J


물고기 비늘을 긁어낸다

비교를 멈추지 못한 마음에 지느러미가 돋는다

생선 조림장을 끓인다

불 위에서 부글거리는 욕망에 부레가 쪼그라든다

살을 발라서 씹는다

정체를 숨겼던 가시가 목에 걸린다


그때 물고기가 살던 바다는 가까이 있었다

손을 놓고 떠나가는 파도의 등이 거칠었다

너무 쉽게 품었던 동경이었나

소금이 엉긴 눈빛을 들고 산을 오른다


나무木이기를 간절히 원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운명은 木이 아니어서 뿌리가 없으니 가지를 뻗지 못하고 초록 잎을 피우지 못하는 거라고 했지요


나무木에 연연한 세월이 길었습니다

어리석음이 커졌지요

어둠은 날마다 돌아오니 나를 숨겨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설익은 꿈에게도 들키지 않고 밑동 잘린 나무에 매달려 빌었죠


언젠가 나뭇가지에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만날 거라는 부적을 품었던 탓일까요?

등에서 나무가 자라는 꿈을 꾸었답니다


'당신이 자기 일의 정점에 섰을 때, 그 일이 당신을 근사하게 빛낼 때, 당신이 자신의 색으로 가장 아름다울 때, 그때가 바로 당신이 글을 써야 할 순간이다.'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 쓴 저자의 진언입니다

마치 목어로 변한 나를 두드리는 울림 같네요


목어木魚는 종각이나 누각에 걸어두는 물고기 모양의 나무입니다

배를 파내어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데 물속에 사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려는 뜻이래요

물고기는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다고 합니다

참회와 경책을 의미하며 늘 깨어 정진하라는 의미도 있대요

이것이 목어가 생겨난 이유입니다


이제 내게서 돋아나는 나무가 물고기가 되길 기다립니다

북을 치러 오는 이가 목어를 두드릴 시간을 기다립니다

새벽을 깨우러 오는 발걸음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속이 빈 목어를 울려줄 '때'에 마음을 기울이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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