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종양제 봉투에 버려주세요
종양제 24시
그들이 온다
장갑을 끼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던져 넣자마자 삼켜버리는
담장 높은 수술대 위에 환자를 눕힌다
어떤 크기로 얼마나 깊숙이 굴러다니는지
치료와 예후를 묻다가
고개를 돌린다
뭉텅뭉텅 쏟아지는 피고름
빠르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움직임에
벌어진 복부를 꿰매는 붉은 바늘
백혈구가 끈적하게 달려들어서
도려낸 조직들은 소각장 굴뚝을 데우고
구불구불 바닥은 표백제를 마신다
새벽 세 시
침대 밑에서 들리는 청소차 소리
'꼭 종양제 봉투에 버려주세요'
아파트 쓰레기장에 붙은 빨간 안내문
어둠 속에서 펄럭인다
버려지는 것들은 모두 종양이 있다
양에 따라 요금이 매겨지니까
서로 스며들어 무한 증식하는 세포들
주소 불명의 소포는 늘 먼저 도착한다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고 나가는 아침
또다시
곪아버린 것들을 포식하러 나타난,
수술실은 북적인다
종량제에 전이된 종양들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새벽에 쓰레기수거차 소리를 듣곤 했다. 자는 동안 우리가 만들어낸 종양들이 제거되고 있는 것이었다.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꼭 종양제 봉투에 버려주세요'라고 쓴 안내문을 보았다. 종양이라는 말에 발이 얼었다. 종량제와 다르지 않은 말이었다
감각은 예고 없이 불쑥불쑥 태어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냄새가 되고 코에 들어오는 것들은 색깔, 모습으로 펼쳐진다. 어둠에게 눈을 뜨라고 재촉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어둠은 소리를 삼켜버리고 숨을 죽이곤 한다. 모든 세포는 알아도 모른다. 마취의 시간이었다고만 주장하는 거다. 허공에 누워서 냄새가 사라지기만 바라는 욕심, 감각은 상상의 말을 할 뿐 자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