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포크를 달랑거리네
달리는 포크를 들고서 잠이 들었대
눈 감은 손이 소리를 떨어뜨리면 깨어나서 꿈을 꾼다는 거야
달팽이는 캔버스를 열고 레시피를 적어 두었지
먼저 오븐을 예열하고
달걀흰자를 두 팔이 지칠 만큼 거품을 내
닳은 기도를 갈아서 체에 걸러
주머니에 스며든 목소리
빗방울에 씻은 바람으로 틀을 채우지
달 씨앗 하나
메아리 두 컵
풀을 따라 눕는 물의 신호에 맞춰 섞어주면
달큰한 하품
긴 바늘 지름으로 동그랗게 부풀어
불의 끝에 열리는 냄새
달강달강 밤의 가지
잠은 포크를 달랑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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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그림. 모든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정된 물건의 모습을 괴로워했던 건지, 그의 그림 속 사물들은 모두 어디로 기어가고 있었다. 아니면 형태에 묶여 있기를 거부하는 걸까? 아니라면 빚어지기 전 원래 모습을 찾으려는 의지일까?
나는 그림에 요리가 되려는 욕망을 심었다. 밤이 만드는 레시피, 환상이 구워지는 기계, 깊은 잠은 너무 뾰족해서 달리를 생각하던 날이었다
꿈과 욕망은 달리가 가장 선호하던 소재였다고 했다. 어떤 이는 나르시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영상을 보는 이미지의 변형이라고 풀이했다
꿈이 익으면 어떤 냄새가 날까? 어떤 맛일까? 눈앞이 아른하게 가루가 풀풀 날리고 노란 언덕에서 양파 냄새, 치즈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뜨거웠으면 좋겠다. 나는 포크를 그림에게 쥐어주고 그를 그리려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