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호의호식하기 좋은 도시

09.08 파리에서

by 이원장

지나온 공간 : La table de Akihiro(해산물 캐주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르봉마르쉐 백화점, 리커샵



아홉 시쯤 잠에서 깨어나 곧장 후드티를 눌러쓰고 양말도 안 신은 채 터덜터덜 걸어 나가 어제 그 동네 빵집으로 향했다. 잠에서 깰 겸 라떼 마끼아또를, 물면 고소함이 흩날릴 것 같은 뺑 오 쇼콜라를 끼니로 주문했다. 친구의 회사 동료(Y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홀로 관광을 나서고 점심 먹을 때쯤 다시 들어온다고 했다. 짧은 파리 여행이 아쉬울까 봐 부지런히 다니는 모양이었다. 9월 10일 한국으로 복귀 예정이니 그럴 만도 했다. 친구 K는 느긋하게 숙소에서 열심히 꿈나라를 관광했다.


점심으로 꽤 괜찮은 식당을 예약해두었다. 앵발리드 역과 르 봉마르쉐 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해산물 전문 식당 La table d'Akihoro. 유럽 여행 중 처음으로 한 식당 예약이 아닌가 싶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식과 프렌치 퀴진이 버무려진 요리를 내놓는 식당이다. 파리에서 미슐랭 3스타를 가장 오래 유지하고 있는 레스토랑인 랑부아지에(L’Ambroisie)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해산물을 담당하고 수셰프까지 경험한 일본인 셰프가 10년 전쯤 독립하여 차린 4-5개 테이블 규모로 작게 운영하는 1인 업장이다. 일식이 베이스가 된 프랑스 요리이니 만큼 한국인 입맛에도 여간해서는 잘 맞는다는 평이 많았다. 게다가 해산물 위주 다이닝이라니, 내가 회 킬러인 건 또 어떻게 알고!



숙소에서 8호선을 이용하면 곧장 콩코드 역에 내릴 수 있었다. 식당은 역에서 걸어 30분 정도 거리였다. 가볍게 산책도 할 겸 콩코드 광장을 둘러보고 센 강을 건너 도보로 식당에 가기로 했다. 여행은 최단 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까.


콩코드 광장에 내려 오벨리스크와 우아하게 뻗은 샹젤리제 거리를 보자 K도 “Wow, this is Paris?”를 연발했다. 전날부터 친구가 파리 별거 없다면서 독일보다 덜 깔끔한 것 말고는 차이를 모르겠단 발언을 구시렁거려 답답하던 차였다. 그도 이집트에서 가져온 장물을 보고서야 파리를 실감하다니 아이러니하긴 하다. 첫 파리인만큼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천천히, 콩코드 다리를 건넜다.


콩코드 다리는 센 강 위를 지나며 프랑스 국회 의사당(Assemblee Nationale)과 콩코드 광장을 연결한다. 양쪽으론 멀리서 에펠탑과 오르쉐 미술관이 보였다. 힐끗 주위를 보며 앞으로 걸으니, 국회 의사당의 입면이 천천히 시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가까이 다가가다 보니 건물이 어딘가 좀 이상했다. 석조 건물이 주름지게 펄럭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리를 거의 다 건너고 나서야 그것이 실제 건물이 아니라 국회의사당 사진을 프린팅 한 가림 천막인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 뒤로는 한창 건물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시야로부터 공사 현장을 가려두기 위해 기존의 풍경과 비슷한 사진으로 재현해놓은 것이다.


하마터면 속을 뻔 했다.


한국에서 도로 가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철판 혹은 거대한 회색 플라스틱 판으로 삭막하게 가려 놓은 공사장을 발견할 수 있다. 흙먼지를 일으키는 트럭이 오가고, 눈에 띄는 샛노란 표지판 테이프선, 주황색 고깔도 놓여 있을 것이다. 중구난방으로 건물을 뒤덮는 옥외 간판과 함께 한국 거리 경관을 해치는 주범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해왔다. 사실 안 보이게 덮어서 가려놓으면 그만이니까, 무지 대형 천막으로 대강 가려놓기만 급급할 법도 하다. 그러나 원래의 시야를 최대한 닮은 가림막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보며 조화와 낭만을 추구하는 파리의 방식을 생각했다. 현재 파리가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은 그저 선대가 내린 유적 때문만이 아니라, 그 정취를 지켜온 의지와 능력이 함께 있기 때문일 테다.



조심스레 걷는다고 걸었는데도 다시 왼 무릎에 여전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짧은 거리지만 최대한 걷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나비고 패스 일주일권이라 일요일까지는 몇 번을 사용해도 괜찮았기 때문에 교통비가 추가로 들거나 하진 않았다. 친구 K와 그의 동료 Y씨는 걸어오기로 했다. 그들은 패스 대신 10회권을 끊었기 때문이다. 겨우 몇천 원에 불과한 교통비가 인간의 행동반경을 경제 논리로 굴복시키는 시간 도둑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목적지인 라 테이블 드 아키히로(La table d’Akihiro)에 도착했다. 셰프인 아키히로 상이 요리를 담당하고, 나고야에서 왔다는 머리 짧은 일본인 청년이 서빙을 담당했다. 순수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일머리가 좋아 보이고 매우 친절했다. 메뉴판을 보자 가격대에 따라 나오는 요리 가짓수의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가장 정석이고 가격대가 높은 인당 90유로짜리 5 접시 코스를 시켰다. 다들 조금 무리인 걸 알지만 여길 또 언제 오겠느냐는 무언의 동의를 서로 주고받은 것 같다.


식전주(아페리티프)까지 따로 주문하기엔 부담이 되어 취향에 맞춰 추천받은 화이트 와인을 한 보틀 주문해서 미리 오픈해 마셨다. 샤도네이답게 깔끔하지만 나름 단단한 느낌이었고 너무 달지 않고 향긋하되 시큼하진 않았다. 3-40유로 선으로 기억하는데 화이트 와인에 호불호가 있는 편인 나로서는 매우 흡족했다.


앙트레(Entrée)로는 포를 뜨고 얇게 칼집을 내어 소스를 올린 청어회가, 그다음으론 시원 쌉싸름한 맛을 내는 토마토 베이스 수프인 가스파쵸에 찐 랍스터 앞발이 곁들여져 나왔다. 랍스터 살은 기대에 비해 약간 퍼석한 느낌이 있었지만, 가스파쵸의 오이와 토마토가 섞인 다채롭고 낯설지만 산뜻한 향에 해장을 하는 듯 속 편히 들어가는 맛과 질감이 일품이었다. 처음 접한 요리라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후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생선인 금태가 포를 떠서 구워져 나왔고, 그 기름기를 잔뜩 올린 굽기와 크림 대신 오일을 에멀전 했다는 상큼한 소스까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그다음으론 농어 요리가, 마무리 디저트로는 민트와 허브를 함께 절인 복숭아가 나왔다.



디저트를 먹을 즈음에 식후주를 권하여 묵직한 술을 선호하는 K의 취향에 따라 포트 와인을 잔으로 주문했다. 자고로 술은 점차 도수를 높여 마셔야 하는 법이기도 하니까.


끝으로는 에스프레소를 내와 한잔씩 마셨다. 젊은 남자 지인들과 술 약속을 잡으면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보통은 2차, 3차까지 소주로 끝을 보려 하니까) 나는 마무리로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는 것이 좋다. 적당함을 알고 자리의 끝맺음을 하는 느낌이다. 술이 들어간 정신은 마셔도 마셔도 부족함을 느껴 2차, 3차, 4차, 가누지 못할 몸이 거부할 때가 되어서야 멈추게 된다. 알코올의 한계에 다다를 틈 없이 내준 후식 커피는 본인도 자각 못하는 과한 취기를 적정선에서 끊어주어 건강한 마무리로 인도한다. 어떻게 끝맺을지 몰라 길게 늘어지는 문장의 마침표를 대신 찍어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세 명이서 총 390유로, 기본 코스를 제외하고도 술과 음료로만 인당 5-6만 원이 추가로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와인 값이 더 나오는 경우도 많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라고는 하는데 나는 여전히 가격표를 보면 낯설기만 하다. 한국의 술값은 주정에 감미료와 물을 타서 만든 희석식 소주가 표준이 되어버려 아마 보통의 한국 술 문화를 경험해온 사람이라면 다들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식전, 식중, 식후주를 따로 시키는 것도 강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술에 대한 인식 차이가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적자 없이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술 주문을 통해 업장도 이윤을 내야 하는데 식중에 와인 한 병 마시고 나면 소주의 가성비를 찾아버리니. 술을 함께 들이붓기 위해 찾기보다 음식으로서 즐기는 문화가 더 정착되었으면 한다.



얼큰한 기분으로 식당 근처에 있는 르 봉마르쉐 백화점을 구경 갔다. 라파예트 백화점과 함께 한국의 신세계나 갤러리아처럼 고급 백화점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나는 파리의 백화점을 둘러보며 오히려 서울이 얼마나 발전하고 문화 도시가 되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나 동탄의 롯데백화점도 르 봉마르쉐에 못지않게 내부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입점 브랜드도 밀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비록 오래된 건물에서만 나올 수 있는 헤리티지는 따라잡을 수 없겠지만, 대신 그만큼 더 깔끔하고 편리한 최신 시설이 갖춰져 있으니까. 이세이 미야케, 이자벨 마랑, 아미 등 제품을 모아둔 편집샵 코너도 신세계 백화점에 있는 비커와 제품 진열 방식이 매우 흡사했다.



파리에 오면 해외 직구를 해야 하는 프랑스 브랜드나 명품을 싸게 사갈 수 있다고 쇼핑을 일정에 넣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발전해버린 한국을 과소평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국에도 어지간한 것은 다 있고, 가격도 얼마 차이 나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파페치(Farfetch)나 쎈스(SSENSE)와 같은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도 가격 비교부터 배송까지 너무 편리해진 세상이다. 다만 식품관만큼은 얼핏 봐도 한국에서 찾아보지 못할 고급 식재료들이 즐비했다. 르 봉마르쉐 백화점이 여러 백화점 중 식품관이 강한 편이라고 하니, 프랑스 식문화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들려봄 직하다.



별달리 구매할 것이 없어 길을 걷다 보니 리커샵이 하나 있었다. 와인샵이 즐비한 파리에서 위스키를 메인으로 하여 높은 선반까지 꽉꽉 진열해놓은 위스키샵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괜찮은 보틀이 있으면 살 요량으로 진열된 술과 가격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익히 소문으로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위스키 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했다. 우리가 구경을 하자 가게 주인 분이 설명을 해주셨고, 영어가 잘 통하여 위스키와 술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정말 위스키와 자기 직업을 사랑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위스키 몇 병을 들어 보여주며 증류소 투어를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고, 내게 위스키 관련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의 친절한 열정이 기분 좋았다. 사장님은 중국인 사모님과 결혼하셨는데 자기 아들이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하며 잠깐 인사를 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BTS부터 시작하여 각종 ‘K-문화’를 너무 좋아해 서울로 여행 오는 것이 꿈이라고. 초등학생쯤 되었을 아들이 쭈뼛거리며 나와 인사하는데 수줍은 아이들은 어머니 치맛자락 뒤에 숨는 게 다 똑같구나 싶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가 혹시나 실례가 될까 봐 싱긋 웃어주고 말았다.

사장님 가족들과 즐거운 대화만큼이나 좋은 소득이 있었는데, 몇 년째 품귀 및 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는 스프링뱅크 10년과 15년이 매우 좋은 가격에 딱 1병씩 남아있던 것이었다. 파리일지라도 이름난 유명 위스키 샵에서는 재고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카페 글을 봤으나 이곳은 동네 개인 리커샵이라 아직 사람들이 쓸어가지 않은 것 같았다. 두병을 다 살까 심히 고민하다 이날 점심부터 과소비를 했다는 생각에 스프링뱅크 10년 하나만 일단 들여왔다. 가격은 76유로. 한국에서는 그 가격에 두 배를 줘도 매물이 없어 구하기 힘들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꼭 중간 가격대의 프랑스 와인을 많이 마셔놓으라는 한 와인 마니아 지인의 간청에 저녁에 함께 마실 뉘생 조르쥬의 빌라쥬급 피노누아 와인도 하나 샀다(Nuits Saint Georges Vieilles Vignes 2016). 40유로 내외로 샀으니, 이것도 한국의 반값도 안 될 것이다. 참 술 마시기 좋은 나라다, 프랑스는.



집으로 돌아와 어제 미리 시즈닝한 소고기 등심과 새우를 이용해 전날 저녁과 비슷한 요리를 했다. 한번 해본 만큼 굽기를 잘 조절했더니 저번 소고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육즙도 풍부했다. 뉘생 조르쥬 와인을 오픈해 함께 곁들였다. 블랙베리가 노즈에 스치고, 가벼운 바디감이 우아하게 입천장을 감싸며 들어왔다. 다만 육향 진한 소고기만 구워낸 스테이크에 마시기에는 묻히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다. 와인도 잘 모르지만 페어링은 더 익숙지 않은 초보자라 해버린 실수다. 고기에 버번 위스키를 즐기는 것처럼 이런 음식엔 어리고 조금 타격감 있더라도 진한 느낌의 와인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우아한 실크 같은 피노누아는 섬세한 프렌치 퀴진을 받쳐줄 때 아마 더욱 빛이 났을 것이다. 맞지 않은 짝을 맺어준 것처럼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하고, 예전보단 더 세세하게 식생활을 받아들여 느낄 수 있게 된 나 자신이 조금은 대견하기도 했다. 다음번엔 더 잘하면 되겠지.



파리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뚝 솟은 에펠탑은 정말 좁은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올려다볼 수 있다. 해가 지면 에펠탑의 주백색 노란 조명이 켜지면서 어두운 밤거리의 이정표가 되는데, 매 정각이 되면 노란 조명이 꺼지고 하얀 조명이 켜졌다, 꺼졌다 5분간 반짝반짝 조용한 쇼를 펼친다. ‘화이트 에펠’이라고 불리는 이 장면은 삼백 미터쯤 되는 철탑이 반짝이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와인과 여행, 파리의 이름으로 설렘이 몇 배로 튀겨진 마음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더욱.


파리에 처음 온 K와 Y 씨에게 한번쯤은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화이트 에펠 구경을 제안해 일찍 잠드는 걸 마다하고 출발했다. 11시 30분쯤 도착했을까, 와인을 바가지요금으로 팔러 온 외국인들의 호갱 행위를 물리치고 따로 사온 포트와인을 따서 컵에 따라 서로 건배를 했다. 사람을 구경하고 노란 조명의 에펠탑을 보며 12시 정각이 되길 기다렸다.



그런데 12시가 지나자 조명이 꺼지고 아무 불빛이 없는 것 아닌가.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람들도 영문을 모르는 듯했고, 막상 가자고 추진한 나도 당황스러웠다. 정전인가, 조명이 고장이 났나 원인도 모른 채 기다리다 어느새 시커멓게만 보이는 철탑 앞에서 몇 번 검색을 한 끝에 그 이유를 알았다.


이 날은 2022년 9월 8일, 유럽 현대사를 몸으로 겪어온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께서 향년 96세의 나이로 별세한 날이었다. 프랑스도 추모의 뜻을 담아 에펠탑을 비롯한 여러 관광지에서 12시가 지나자 조명을 껐다고 한다. 쥐들만 몇 마리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빛과 목적을 잃은 사람들은 하나둘 씩 천천히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우리도 밤이 더 늦어지기 전에 대로변으로 나와 우버를 겨우 잡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취기 섞인 피로가 확 몰려왔다. 돌이켜보면 무릎 생각도 안 하고 이 날 참 많이도 걸었다. 오늘 먹은 음식과 술을 생각했다. 함께 걷고 먹고 마신 두 명의 사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혼자 일주일을 다녀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또 같이 다니다 보면 혼자 있고 싶은 순간들도 분명 찾아올 터인데, 사람 마음이란 것이 이렇게 얄궂다. 고마운 마음은 제쳐두고 설거지는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다들 바로 누워 곯아떨어지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니까. 결투 끝에 K가 마무리를 맡게 되었고, 나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



좋은 걸 먹고, 좋은 걸 마신 날 늦은 밤 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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