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by 지노그림

좋은 날이었다.

게다가 마침 금요일.

서울로 돌아가긴 해야 하지만 다음날은 토요일이어서 마음껏 게으름이 피워도 좋았다.

속초로 방향을 정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멋진 바다 풍경이 나오면 잠깐 길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본다.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케이크를 먹는 호사도 부려본다.

그러다가 속초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낙산사라는 이정표를 보았다.

동행의 얼굴을 쳐다보니 "왜? 여기도 들려 보려고?"

낙산사는 십 수년 전에 화마를 입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가? 많은 건물들의 기와가 너무 깨끗하게 보인다.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낙산사 초입에 중창불사가 한창인 것을 보면 오래된 기와는 갈 곳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곳은 기와에 자기 이름을 넣고 소원을 빌어야 할 중생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텅 빈 욕망"을 채우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텅 비어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욕망을 어찌 다 채운단 말인가.


부처님이 앉아계신 곳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부처님이 앉아 계신 건물만을 바라보는 것보다 부처님의 시선으로 절집을 바라다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화마를 피한 곳이라고 한다.

홍련암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의 풍경이야말로 이 절집의 백미이다.


이번엔 홍예문을 그려본다.

일주문을 지나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홍예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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