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중학생 아들이 돈 쓰는 법!!

용돈으로 악기 구입하기

엄마, 트럼펫이 갖고 싶어요.


2019년 5월,

아이들이 3년 동안 모은 돈으로 비행기 표를 샀고, 그 덕분에 16박 18일간의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3년의 긴 시간 동안 목표가 있었기에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견디며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이제 용돈을 모으면 뭘 할까?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목적을 이루었다는 자신감은 충만했지만,  용돈 모으는 일이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 '무엇을 하면 아이가 신나게 용돈을 모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미국 여행 이후 목표가 사라지니 용돈 받는 것도 욕심이 자연스럽게 사라져 가고 있을 즈음,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다음엔 또 어디로 여행 갈까?"


나는 아이들이 당연히 여행에서의 감격이 새로운 여행지로 연장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제 여행은 좀 나중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아이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트럼펫이 다인용이라 개인용으로 연습하고 싶다고 했다. 불과 6개월 방과 후 시간에 짧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펫을 더 연습해 보고 싶어 했다. 어떤 때는 선생님께 허락을 맡고 대여해 오기도 했다. 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이 몇 년 동안 악기를 관리하지만 대여할 정도의 열정은 아들이 처음이라고 했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온 아들은 기분이 어깨 뽕! 제대로 상승했다.

중학교에서 처음 접해 본 트럼펫이 마냥 신기하다.

"좋아, 그럼 트럼펫이 얼마나 하는지 알아보고, 네가 검색한 트럼펫이 괜찮은지 트럼펫 선생님께 여쭤봐"


아이는 검색을 통해 30만 원가량의 트럼펫을 찾았고, 부담은 되지만 꼭 사고 싶다고 했다. 방과 후 시간에 트럼펫 선생님께 물어보니 아이에게 맞는 기종을 알아봐 주었는데, 검색해 보니 80만 원을 호가했다. 그래도 최소한 이 정도의 가격은 되어야 소리도 좋고 연습해 볼만 하다고 말이다.


아이는 금방이라도 살 수 있을 것처럼 들떠 있었는데, 금액이 높아서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들아, 너무 무리가 되면 그냥 저렴한 거 사는 게 어때? 엄마가 보니 용돈을 모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도 한 번 모아보겠다고 했다. 물론 중간에

'저렴한 걸 살걸 그랬나?'

'아니야 빨리 갖고 싶지만 조금 더 모아볼래' 하며 고민을 거듭했지만 끝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모으기를 1년 6개월쯤 되던 날,

만원, 이만 원 용돈이 생길 때마다 넣어 둔 트럼펫 목적 통장에 67만 원이 모였고, 쓰기 통장에 8만 원이 있었다. 두 개를 합하면 그래도 트럼펫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검색창을 두드리던 아이가 놀라서 소리쳤다.


"엄마, 엄마! 이것 좀 봐주세요. 트럼펫이 67만 원이에요."

"그래? 어디 보자. 혹시 중고는 아닐까?"


아이와 나는 흥분해서 트럼펫 상품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또 읽어보았다. 가격이 내려간 이유인즉 코로나 19로 인해 입술을 이용하는 트럼펫은 비말로 인해 수업도 없어지고, 수요가 줄어드니 재고를 처분할 생각으로 가격을 10만 원 이상 낮춰 내놓은 것을 아이가 발견한 거다. 고민할 것도 없이 판매자, 정품, 사이트 거래내용 등을 확인하며 구입하기로 했다. 막상 구매하기를 누르니 카드 추가 할인도 있었다. 그렇게 아이는 상품을 따져보고 비교하며 오랜 기다림 끝에 트럼펫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트럼펫이 배송되던 날,

아이는 감격에 겨워 조심스럽게 상자를 개봉했다. 상자와 가방 속에 고이 모셔져 있던 트럼펫이 드디어 아이의 손에 들렸다. 번쩍거리며 금빛 휘황찬란한 트럼펫이 그 자태를 뽐내며 아이를 맞이했다.


꿈 통장으로 산 트럼펫 / 7년을 지켜 온 용돈 습관


 

이전 09화 '가족 낭독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