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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공항 2층 C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의 잔

로스앤젤레스 입국장 가는 길
2019.5.24
델타항공 DL9044를 타고 공간 이동을 했다.


맛있는 기내식도 먹고, 영화도 보고, 쿨쿨 잠도 잘 잤다.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며 하늘을 날았다. 기내는 만석이었고, 조용했다. 꿀잠을 방해하는 어떤 것도 없었다. 기내식이 나올 때마다 맛을 평가했다. 빵맛은 고소했고 곤드레 비빔밥은 마지막 남은 밥알까지 싹싹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11시간의 기나긴 비행에도 전혀 지루함 없이 LA공항에 도착했고, 우릴 맞이 하던 커다란 성조기가 미국임을 실감 나게 했다.


입국심사 줄에 길게 늘어서 있으니 비행기에서의 여유로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엄마를 굳건히 믿고 있는 두 아이에게 이 불안감이 전달될까 조심스럽기만 했다.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국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보이지 않고 온통 외국인들 뿐이다. '잘 통과할 수 있을까?' ' 문제는 없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리고 동공 지진이 나는 것만 같다.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입국정보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보며 직원이 다가오더니 "are you from korea?" 하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어색한 한국말로 핸드폰을 만지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다. 의심받는 행동이란다. 그녀의 단호함은 나를 더 당황케 만들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영어 번역을 찾았을 뿐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안된단다. 핸드폰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지만 일단 핸드폰을 접었다. 입국심사 차례가 되자 차갑게 말하던 직원이 다가와 심사 통과를 도왔다. 재외국인으로 보였는데 처음 단호히 말하던 차가움은 사라지고, 불안해하는 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걱정하지 말라고 약간의 문제가 있어 심사가 조금 길어진다고 안심시켰다. 심사를 받는 시간은 10분이 채 안된 것 같은데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ESTA에 사전 기록한 방문자 주소 작성한 것이 오류가 있었단다. 처음 대면했을 때와 달리 입국심사 끝날 때까지 이것저것 한국말로 중재를 해준 입국심사 스태프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꾸벅거리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LA 공항 2층 C구역을 찾아라


우버 앱에서 내 목적지를 등록하니 픽업장소가 공항 밖 C구역으로 떴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C구역은 보이지 않고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주변 환경이 내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대체 C구역은 어디 있냐? 고 중얼거리며 헤매다가 시간이 지체되었다. 나를 찾지 못한 우버 기사는 "너 어디 있냐?"라고 질문이 들어왔다. 내 위치를 확인하고 알려주니 거기는 1층이고 C구역은 2층이란다. 그리곤 너를 기다린다는 친절한 메시지가 왔다. 각자 여행가방을 끌고 있는 아이들과 열심히 2층을 찾아 달렸다. 드디어 내가 호출한 우버를 찾았다. 도요타 RRIUS 7 MVZ947 


탑승구역을 찾느라 15분을 지체했다. 그래도 우리를 기다린다는 친절한 메시지에 고마워하며 카드 등록된 결제 서비스로 이동하여 보니 이 건 뭘까? 우리를 기다리며 대기한 15분이 요금에 추가되었음을 친절히 알려주고 있었다. 대기시간도 요금에 포함된다니 한국에서 자가운전으로 다닌 지 오래되어 감각이 무뎠음을 인지하는 순간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요금이 추가되고 보니 마음이 쓰렸다. 다음엔 픽업장소를 주의 깊게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결제를 했다.


1017 Arlington Aenue, Los angeles, California 90019, USA


우리가 며칠 머물게 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미리 받아둔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은 셋이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방에 안전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가방을 내려놓고 아이들과 나는 침대에 철퍼덕 앉았다. 침대에 몸을 맡기니 그간의 긴장감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아이들도 나도 약속이나 한 듯 휴~ 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이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한숨을 쏟고 나니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입국심사도 무사히 지나고, 처음 타 보는 우버로 우여곡절 끝에 숙소까지 도착은 했으나 매 순간 맞이하는 난관에 걱정이 앞섰다. 짐을 풀고 나니 4시가 넘어간다. 지금 시간에 어디를 간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한인마트를 가보기로 했다. 위치를 확인하고 우린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Korea Town Plaza로 걸어갔다. 한인타운이다 보니 간판이 온통 한국식 이름이다. 참 친근한 글자인데 왠지 모를 낯섦도 느껴진다.


큰아이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참깨라면부터 찾았다. 한국과 똑같은지 너무 궁금해했고 고래밥도 이미지를 찾아가며 비교를 했다. 어떤 이의 말에 의하면 미국의 라면이 더 싱겁다는 둥, 맛이 많이 다르다는 둥 했던 말들을 검증하고자 라면 몇 개 구입하고 캔 모양이 예쁘다며 콜라도 구입했다. 숙소 첫날 기념으로 컵라면을 먹었는데

맛은 한국과 똑같았다. 콜라 캔은 너무 예쁘다며 18일간의 미국 여행 동안 내내 아들의 가방 한편에 자리를 차지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거실 한쪽에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니 디자인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Korea Town Plaza 지하에 있는 마트


한국의 마트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한인마트의 상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우린 계란과 식빵, 햄, 치즈, 컵라면, 사과, 콜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환할 때 들어왔던 마트인데 나갈 땐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한국에서의 여느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신기했다. 굳이 다른 것을 찾으라면 첫날부터 길거리에서 마주하게 된 노숙자의 모습과 마트를 걸어서 갔다 왔다는 것(한국에서는 운전을 하니 마트를 갈 때는 항상 차를 이용한다)이다. 



어둑어둑해진 LA의 거리를 걷는 느낌을 느껴보지만 가로등의 등을 보아도, 간판을 보아도 그냥 한국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이곳에선 영어를 못해도 사는데 불편함이 없다며 한인분이 귀띔해 주신다. 우린 내일의 일정을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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