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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낭독회'

자녀와 소통하고 싶다면...함께 책 읽기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일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조금 더 촘촘히 하고자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가족 도자기 체험(한 달에 한 번), 텃밭 가꾸기, 목공놀이, 집안일 협업하기, 함께 요리하기, 산책하기, 여행(여행은 코로나 19 이전)... 이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춘기인 아이들이 이제 곧 성인이 되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 테니 후회 없이 자녀와의 추억을 많이 쌓고자 했던 의도로 시작되었다. 어릴 적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껌딱지처럼 붙어 다닌 때는 행복과 고단함, 양가감정이었다. 아이들이 부모 손길을  필요한 그 순간이 영원할 줄 알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각자의 시간이 조금씩 더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가족이 함께 밥 먹고, 가족이 함께 집안일하고, 가족이 함께 텃밭 가꾸는 취미가 영원하지는 않을 터다. 그 영원하지 않을 때를 생각하며 후회 없길 바랐다. 더 많은 것을 함께 하자고 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가족 낭독 시간이다.

가족 낭독시간은 매달 1~2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 한 권의 책을 정하여 서로 돌아가면서 한 꼭지씩 읽는 것이다. 처음 얇은 책으로 시작했을 때, 그리고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았을 때는 한 달에 2~3권도 읽었는데 지금은 1권도 쪽수가 많거나 시간을 내기 어렵거나 하는 이유로 1~2달이 걸리기도 한다.


책을 정할 때는 주로 아이들의 흥미에 따라 선택권을 주었고, 우리 부부가 필요에 따라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가족 낭독시간은 책을 통해 더 많은 세상을 접하게 하고 싶었고, 책을 낯설지 않게 습관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랐던 욕심도 작용했다. 그래도 역시 기본 바탕은 책을 즐기고,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기 위함이다.

우리 가족 낭독시간 순서는 다음과 같다.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정한다.

핸드폰은 잠시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

선정된 책을 준비한다.

책 읽을 순서를 정한다.

가족 구성원 각자 한 꼭지(가능한 분량을 정한다)씩 돌아가면서 읽는다.

읽은 부분을 표시하고 다음 읽을 날짜를 미리 정하여 낭독시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관리한다.


우리 아이들이 하는 용돈 관리를 점검하고 돈의 쓰임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고자 김영옥 작가의 <용돈 교육의 마법> 책을 읽었다. 책을 한 꼭지씩 나눠 읽으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용돈 관리를 잘한 부분에서는 공감하고, 유익한 내용이 나오면 어떻게 적용해 보아야 할지 서로의 의견을 물으며 책을 읽었다. 어려운 용어가 나올 때는 인터넷도 검색하며 자연스럽게 토론도 이어졌다.


중학생이 되도록 핸드폰이 없는 아이는(얼마 전 딸아이의 생일 기념으로 알뜰폰 개통하기 전) 엄마만 폰을 늦게 주는 것이 아니라 김영옥 작가도 스마트폰을 사줄 때 필요인지 욕구인지를 구분하여 기다리는 미학이 있어야 한다는 글을 보며 아들이 말했다.

 

"엄마, 핸드폰이 갖고 싶긴 하지만 굳이 스마트폰 최신형은 아니어도 돼요."


딸도 오빠의 말에 동의했다. 마음이 조금 놓였다. 아이들이 스마트 폰에 대한 욕구와 빨리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을 때만 해도 최신폰이 갖고 싶다거나, 꼭 스마트 폰이어야 한다거나 했지만, 바로 해주지 않고 기다리는 동안 마음의 욕구가 조절된 것이다. 이젠

"폴더폰도 괜찮아요"

"카톡이나 전화만 되어도 소통의 수단으로 핸드폰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감사했다. 스마트폰을 늦게 사준다는 이유로 논쟁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책을 함께 읽으며 공감하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조절해 가는 과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우린 이렇게 풀리지 않은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을 읽으며 지혜를 얻는다.


돈을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시장 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부모 세대도, 자녀 세대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어릴 적, 당장 배고픔을 해결해야만 했던 근로소득 시대(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만을 생각한다면 현재 돈과 아이디어가 돈을 버는 시대인 디지털 경제를 이해할 수가 없다. 경제에 무지한 주관적 의견을 자녀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엄마 꽃게가 옆으로 걸으면서 새끼 꽃게에게 똑바로 걸으라고 말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럴 때 우린 책을 이용한다. 우리 가정의 실정에 맞는 책을 고르고 함께 읽으며 전문가들의 지식을 배운다.


경제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재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것과 부모가 알고 있는 지식에는 간극의 차가 있다. 이 차이는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거나 의사전달이 미흡하여 갈등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것이 아이가 사춘기라고 치부하기보다는 그 간극을 좁힐 방안으로 우린 책을 선택했다. 부모가 전달함에 있어 단순 " 라떼는 말이야"라는 구식의 사고방식을 고집하기보다 관련된 책을 함께 읽으며 객관화하는 것은 의견을 받아들임에 있어 매우 유익하다. 각자의 의견을 객관화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그 중간지점을 찾아 협상도 할 줄 아는 토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래의 직업에 궁금해하는 아이들과 함께 본 책 <2030 뜨는 직업 지는 직업>


'가족 낭독시간'을 가지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가족의 소통이다. 한 꼭지씩 돌아가면서 읽다 보면 서로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때 한쪽 의견만 옳다거나 다른 것은 무 조것 틀리다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소통을 하게 된다.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하려면 발음을 정확히 하거나 큰소리로 읽어야 한다. 낭독시간이 쌓이면서 낭독을 통해 목소리와 발음이 향상되고 점점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과 작가의 지혜를 습득하게 된다.

궁금증이 생기고 질문이 많아진다. 아이들의 질문에 왜 그럴까를 생각하는 과정, 답해주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갖게 된다.

부모와 자녀, 자녀와 자녀, 남편과 아내 간의 유대감이 형성된다.


그동안 맞벌이에, 바쁜 삶에 지쳐 가족과의 소통을 잃어버렸거나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가족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가족 낭독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낭독이 처음인 가족에게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책이어야 한다.

소설책, 유머가 있는 에세이, 쉽게 풀어쓴 역사책도 좋다.

주의할 점은 부모의 강권이 아닌 자녀에게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을 주어야 한다.

책을 읽을 분위기를 마련한다.(우린 잠자기 전 이불속에 옹기종기 모여 읽기도 했다.)

책 읽기 전 맛있는 차 또는 간식을 간단히 먹는다. 배고프거나 너무 배가 부를 땐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없다.

우리 가족만의 행복한 낭독, 모두 성공하길 응원합니다.



2021년 5월 5일,

이젠 우리 가정에 어린이가 없다. 어린이 날이 별 의미가 없어진 어린이날은 좀 삭막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름 여유와 휴식의 시간을 가지니 이 또한 즐겁다.


나는 오늘 새벽까지 글 쓰다가 정오가 지나서야 잠에서 깨어 이불속을 기어 나왔다. 이미 어제 가족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엄마의 시간을 가질 테니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고 말이다. 다행인 건 해가 중천에 떴고, 하늘은 그 어느 날 보다 청명함을 자랑하는 날이지만 아무도 나의 새벽잠을 방해하지 않고 각자의 아침을 챙겼다.


큰아이는 만들기에 열중하고, 작은아이는 피아노 치다가 태블릿 보다가 세상 평화롭다. '공부는 언제 할 거냐?'라는 말이 턱밑에서 간지러울 수 있지만, 조금 참아본다.


어린이처럼 해맑게 즐겨보자. 오늘은 어린이 날이니까~

목공으로 만들기 / 아이스크림 먹으며 보는 영화
피아노 뚱땅거리기 / 태블릿으로 영화보기
채소듬뿍 샌드위치와 라떼는 나만의 아점(아침겸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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