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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한 장, 천 원입니다!

호떡집 불나는 꿀알바

평일이건 주말이건 별 다를 것이 없는 일요일 오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느 날처럼 집콕으로 모든 일을 해야만 했다. 방구석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노는 사춘기 딸이 지루했는지 어슬렁 기어 나온다.


"엄마, 호떡 믹스 있어요?"

"응 믹스는 있는데 이스트가 좀 부족할 것 같아. 이스트 사놓을 테니 다음에 만들어 먹어"(얼마 전 딸이 빵을 만든다고 호떡믹스 이스트를 조금 썼다.)

"괜찮아요. 지금 만들어 먹고 싶은데"

"그럼 잘 안 부풀 수 있으니 베이킹파우더 같이 넣어 봐"


스탠 볼을 꺼내어 반죽을 시작하는 딸을 보니 잘 될지 걱정이 앞섰지만 미리 안된다고 부정의 언어를 내뱉을 순 없었다. 이스트를 따듯한 물에 풀어 반죽을 하고 반죽에 베이킹파우더를 추가로 넣었다. 그릇에 담아 잠시 뚜껑을 씌워 두라고 일렀다. 발효 없이 바로 해도 되지만 쫄깃하고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콧노래 부르며 지극정성으로 반죽을 하는 딸아이의 손놀림이 제법 익숙하다.


호떡 믹스에 있는 설탕을 그릇에 담고, 손에 반죽이 묻지 말라고 발라 줄 기름도 따로 준비했다. 하지만 호떡 믹스에 나온 그대로 물을 넣었다고 했는데 자꾸 손에 달라붙는단다. 반죽이 질어져 밀가루를 첨가해야 했다.


딸아이가 애써 만든 호떡을 접시에 담아내고, 한 개 맛본다며 종이컵에 담아 손에 쥐니 줄 서서 먹던 호떡 못지않은 맛이 났다. 호호 불어가며 한입 베어 물었다.


"앗! 뜨거워"


뜨겁다는 말을 외치면서도 입은 연신 베어 물은 호떡을 오물 거렸다. 뜨거운 흑설탕 시럽이 향긋한 시나몬 향과 함께 입안으로 들어왔다. 방구석에서 먹는 호떡이지만 푸드트럭에서 입김 불어가며 먹던 호떡과 같은 맛이다.


자기가 만들어 보겠다고 혼자 낑낑대며 호떡을 만드는 딸아이의 고생스러움이 대견했다. 얼굴에 밀가루가 묻은 줄도 모르고 엄마의 호들갑스러운 피드백에 더 신나서 호떡을 굽고 있다.


"호떡 한 장에 얼마예요?"

"그냥 드세요"

"아웅~ 이 맛있는 호떡을 어떻게 공짜로 먹어요. 한 개 천 원 받으세요"


그렇게 해서 딸아이는 호떡집 불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쁜 꿀알바를 하게 되었다. 호떡 한 장에 천 원^^ 물론 딸아이는 자기가 먹은 호떡이 더 많아서 3천 원을 버는데 그쳤지만 우린 주말 오후 "하하 호호" 웃으며 방구석에서의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방구석 브런치 호떡 만들기*

호떡 믹스, 식용유, 반죽할 볼, 물을 준비한다.

호떡 믹스 레시피에 따라 반죽을 한다.

바로 호떡을 구워도 좋지만 잠시 발효(집안 온도에 따라 약 30분~1시간)를 하면 더 쫄깃하고 부드러운 호떡을 만들 수 있다.

거미줄이 만들어진 발효된 반죽을 뜯어 설탕 소를 넣어 기름에 굽는다.

한쪽면이 살짝 구워지면 뒤집어 호떡 누르개로 눌러주며 익힌다.

완성된 호떡을 맛있게 먹는다.

줄 서서 사 먹는 느낌을 갖고 싶다면 호떡을 접어 종이컵에 담아먹는다.



호떡을 영양 가득 먹으려면,

완성된 호떡(이땐 기름을 조금 넉넉히 두르고 튀기듯이 굽는다.)에 가위 집을 내고 볶은 견과류를 넣어 씨앗호떡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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