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경제시장에서 물건 팔기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제학교 참가하는 날이 되었다.
가격표도 만들고, 쿠키도 포장하고, 테이블보와 돈을 담을 통, 잔돈 등 준비에 부산했던 시간이 지나고 손꼽아 기다리던 경제학교 참가하는 날이 되었다. 2월이라 코끝을 아린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경제학교에 가려고 서두른다. 친구들과 전철역에서 만나 함께 가려니 아침도 먹기 전 벌써 마음은 경제학교 도착이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전철역에 도착하니 손에는 판매할 물건들을 들고 잔뜩 들뜬 목소리의 친구들이 이미 와 있었다. 전철 안은 아이들의 상기된 목소리로 북적했다. 조용히 하려고 애써도 그 상기된 마음을 어찌 누를까? 1시간이 넘는 서울 가는 길이 야속할 뿐이다.
재잘거림 속에 경제학교가 열리는 가얏고을에 도착했다. 가얏고을은 가야금을 가르치는 곳인데 어린이들의 경제학교를 위해 선뜻 장소를 내어 주신 고마운 곳이다. 도착하고 보니 이미 많은 어린이가 와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이미 판매할 물건들을 전시해 놓고 구경하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테이블보를 깔고 그 위에 쿠키를 가지런히 놓았다. 가격표도 세워놓고 보니 정말 그럴듯한 쿠키 가게 완성이다.
드디어 경제학교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동시에 와~ 하는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내 물건을 사라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함께 온 친구들을 보니 옷이며, 딱지, 장난감, 책들을 놓고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큰아이는 처음 경험하는 판매가 어색한지 쿠키 사라는 말을 못 하고 물끄러미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다.
물건을 소개하는 친구, 물건을 사라고 붙잡는 친구, 열심히 물건들을 구경하며 엄마에게 이것저것 사도 되는지 물어보는 친구… 그야말로 시장처럼 시끌벅적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한쪽에선 잔돈 교환과 통장을 개설하는 은행이 있고, 아이들의 배고픔을 달래줄 떡볶이, 따뜻한 어묵, 과일 컵이 판매되기도 했다. 딸아이가 만든 딸기 쿠키는 모양이 예뻐서였을까? 순식간에 팔렸다. 정말 불티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15개가 휘릭~ 팔리고 나니 신이 났다. 큰아이와 함께 준비한 씨앗 쿠키와 초코칩 쿠키는 시장 마감 전까지 남아있어서 떨이를 외쳐야 했다.
한 개 오백 원하던 쿠키를 3개 천 원으로 떨이를 외치니 눈 깜짝할 새 팔렸다. 큰아이는 처음 해보는 장사가 부끄러운지 엄마의 “떨이”라는 말을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이때를 놓칠세라 저렴하게라도 지금 판다면 원가에 대한 손해는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손익분기점이란 말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손해라는 말은 귀에 속 들어갔는지 엄마의 떨이를 멈추게 하진 않았다.
어린이들이 준비한 시장은 그렇게 끝나고 2부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2부에서는 은행 경제 전문가가 돈이 생기게 된 이유와 돈의 흐름, 생산과 소비, 저축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강의했다. 이어서 ‘세 개의 잔’ 구연동화를 했다. 떨리는 내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동화를 들었다. 생각보다 열심히 눈을 반짝이며 듣는 참가자들을 보니 그간의 힘듦이 눈 녹듯 사라졌다.
가야금 연주가 이어지고 마지막 순서로 오늘 행사에서 모은 기부금 전달식이 있었다. 어린이들이 가게를 운영하고 모인 수익금은 어린이 재활병원을 짓는 데 사용한다고 했다. 어린이 재활병원이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이유를 들려주시니 어린이들의 마음에 감동이 있었나 보다. 당시 2015년도 2월 재활병원 공사가 한참 진행 중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후에도 씨어경에서 모인 기부금은 어린이 재활병원 후원에 쓰이기도 했고, 해외 어려운 곳에 도서관 건립 후원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씨어경에서 모인 기부금은 어린이 재활병원 후원에 쓰이기도 했고, 이날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은비 어린이는 더 도울 방법을 생각하며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뜨린 아이의 머리카락을 보며 찰랑거리는 모습이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인모 가발이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발이 필요한 암환자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이후 아이의 바람은 3학년, 5학년 두 번에 걸쳐 머리카락을 기부했다고 하니 효녀 심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하자는 말을 입이 아프도록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린이들이 몸소 실천하고 경험에서 배우는 산교육이 이런 것이리라.
처음 경험한 경제학교는 대성공을 거두며 많은 부모와 어린이들에게 경제교육의 기초를 마련하는 발판이 되었고, 이후 현재까지(2020년 10월 13회) 씨어경이 진행되고 있다. 13회는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온라인 마켓이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씨어경 경제학교는 나와 내자녀에게 올바른 경제습관을 갖는 교육자산이 되었고 세 개의 저금통 경제 실천은 많은 꿈을 이루어주었다. 이러한 실천력은 주위에 인정을 받아 학교와 도서관에서도 어린이 경제학교를 진행하였고, 경험을 나누는 강의도 하게 되었다.
제1회 씨어경에서 내 아이들은 과연 얼마를 벌었을까?
쿠키 만드는 비용은 부모가 아이들에 경제공부를 위한 가치투자로 지원해 주었고, 아이들이 쿠키를 판매해서 번 돈은 16,000원 이다. 아이들에겐 가치투자에 대해 설명 했고, 스스로 자립의 시기가 되면 원가를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가치투자란? 주식에서 흔히 쓰는 용어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여 현물로 주식을 사는 것으로 투자하는 것을 이르지만, 우리가 생각한 가치투자란 아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부모가 지원한 투자금을 가치투자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실 모든 부모가 자녀에게 사랑으로 부어주는 양육비가 가치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행사를 마무리하고 내가 받은 공연비용의 절반은 기부를 하고 절반은 함께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맛있는 돈가스를 사주었다. 처음 참여를 준비하면서 정성을 다했던 그 마음에 어른으로서 응원의 선물을 하고 싶었다. 기부를 결심한 것은 씨어경을 준비하며 나 또한 올바른 경제관념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고, 나눔이라는 선한 영향이 내 아이들에게 스며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씨어경 구연동화를 맡지 않았다면 인생의 기적을 맞이 할 수 없었을 텐데 내게도, 가족 모두에게도 경제 흐름을 제대로 배우는 돈 공부가 되었다.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은 피곤했지만 나와 큰아이는 경제학교 경험에 대한 벅찬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작은아이는 피곤했던지 엄마의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잠들었고, 큰아이와 나는 오늘 있었던 경제학교에 대한 소감을 속사포처럼 풀어냈다. 아이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세 개의 저금통을 바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철에서의 경제 수다는 멈출 줄 몰랐다. 집에 도착한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아빠에게 경험들을 재잘거리니 남편 또한 잘했다고 아낌없이 칭찬했다.
오늘 번 돈을 식탁 위에 늘어놓고 세어보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자기가 번 돈이라는 신기함으로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돈을 세는 아이들에게 돈을 어떻게 나누어 담을지 얘기했고 우리에게 수많은 기적을 가져온 세 개의 저금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이라 많은 걱정을 안고 시작했지만 결과를 보며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역시 어른이나 아이나 처음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경험이 이제 시작하는 이들에게 큰 용기를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많은 코로나 19시대 경제교육의 적기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