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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요리하러 갑니다!!

동화책과 함께 하는 요리

여러분은 도서관에 무슨 일로 가세요? 공부하러 가나요? 아니면 신문이나 책을 읽으려고 가나요? 어쩌면 더위나 추위를 피해 아늑한 공간을 즐기러 가는 이도 있겠죠. 아이 독서 교육하러 어쩔 수 없이 가는 이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도서관에 요리하러 갑니다. 도서관에서 요리한다? 고전과 인문학 책들이 가득한 곳에 고소한 냄새를 발산하며 요리할 곳이 있을까?


도서관에서 어떻게 요리를 한답니까?


저는 요리 동화 강사입니다. '책 보고 요리보고' '책과 함께하는 요리' 요리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요리하게 된 건 요리 강사를 시작하며 경력 쌓을 겸 첫발을 디딘 곳이 도서관이었어. 첫 요리강의 도전이었기에 꼬마 수강생들 앞에서도 어찌나 떨리던지, 온몸이 긴장으로 쫄깃해지는 경험이라고나 할까요? 꼬마 수강생이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나... 무척 소심한 생각이 내 가슴, 머리를 파고든 적도 많았지요. 2012년 7월 시흥에 있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 되었어요.


도서관에서 요리수업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책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함이고, 도서관에 한 번 더 오게 하는 것이죠. 도서관 요리는 스토리텔링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요리와 연결하여 이야기하면 수강생들 모두 공감하며 책을 읽게 되는 자연스러운 연계가 일어나니 부모님들이 참으로 좋아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요리는 눈, 코, 입, 귀, 촉감까지 오감을 자극하니 요리를 하고 나면 더 하고 싶다고, 집에 안 간다고 떼를 쓰는 아이까지 있습니다. 그 재미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지요. 생계를 위해, 먹고살기 위해 만드는 요리는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재미가 없지만, 조물딱 거리며 고사리손으로 만들어내는 요리는 전시관 어느 작품에 뒤지지 않을 만큼 작품성에도 높은 가치를 둔답니다.


"역시 내가 만드는 요리가 최고야!"를 외치며 아이들은 신나게 귀가합니다. 채소를 먹지 않는다는 꼬마 수강생은 얼굴을 가릴 만큼 커다란 채소를 단숨에 먹어버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죠.


도서관에서의 요리


도서관에서 어떤 요리를 하나요?


도서관에는 싱크대 딸린 요리교실이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복잡한 요리를 하는 것에는 제한이 있지만 나름 알차게 준비합니다. 오븐에 노릇노릇 구워내는 '단호박 영양 떡'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 생파인애플까지 넣은 '웰빙 월남 쌈' 눈이 펑펑 내린 듯한 크리스마스트리'축하 케이크' 치즈가 주~욱 '그라탱' 내가 만들어 더 맛있는 '수제버거' 견과류 듬뿍 들어간 팥소'단팥빵' 속이 꽉 찬 '손만두'까지 모두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소개만으로도 꼴깍꼴깍 군침 넘어가네요.

단호박 영양 떡 / 웰빙 월남 쌈 / 치즈 그라탕


도서관에서 하는 요리 동화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동화는 자녀에게 인생을 들려줄 훌륭한 교과서입니다. 굳이

"이웃과 나누어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나쁜 짓 하지 마라"

라고 말하지 않아도 동화를 들려주며 간접의 감정을 교감할 수 있습니다. 저의 두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동화를 듣고 자랐습니다. 점 점 커 가면서 연령대에 맞는 동화를 선정하여 함께 읽었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샌지와 빵집 주인 이야기를 보며 남에게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함께 나눠먹을 빵을 만들었고, 백희나 작가의 달 샤베트를 읽으며 전기에 감사하고 소중히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달 샤베트를 만들어 시원하게 먹으며 마음에 새기지요. 괴롭히는 친구 무찌르는 법 은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며 맛있는 파이를 만들었어요. 이런 활동은 자라면서 서로 협치가 필요할 때 문제에 맞는 책을 선정하여 함께 읽으며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물론 요리와 함께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말이 잘 통합니다. 서로 이해가 빠르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지를 알고 해결하지요. 그 중심에는 항상 맛있는 음식이 있었어요. 지금도 각자, 또는 함께 요리를 하여 먹는 것을 즐겁게 생각한답니다. 주말에 중학생인 둘째는 호떡을 구웠고, 고등학생인 큰 아이는 캐러멜 팝콘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답니다. 너무 맛있어서 세 판이나 만들었더니 이제 캐러멜 팝콘이라면 언제든 만들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합니다. 다음 주말에는 캐러멜 팝콘을 만들어 영화를 보기로 했지요.


가족들은 음식을 함께 만들며 지혜를 나누고, 가족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게 돼요. 달콤한 설탕 꿀이 들어간 호떡을 보면 둘째를 떠올리고, 어디선가 달콤한 버터향의 팝콘을 보면 첫째를 떠올리게 되죠.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문득 어디선가 가족과 나누었던 요리 냄새를 맡는다면 어릴 적 추억의 향수를 떠올리며 가슴이 따뜻해지겠죠. 엄마가 해준 밥 냄새를 떠올리면 행복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동화책 읽고, 요리도 하며 아이는 다양한 통합적 교육 가치가 이루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을 살펴볼까요?


1. 오감발달입니다.

요리하며 눈으로 보는 화려한 요리 재료, 재료를 손질하며 손과 피부로 느끼고, 조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냄새를 맡고, 음식을 조리할 때나 완성된 음식을 씹을 때의 다양한 소리를 귀로 듣는 것까지 오감각 자극이 한 번에 일어납니다.


2. 다양한 사고력이 신장됩니다.

요리 재료의 양을 측정하며 수학적 사고가 발달하고요, 열에 의해 재료의 상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며 과학적 사고가 발달합니다. 다양한 동화, 요리 속 언어들을 익히며 언어가 발달하고요, 요리를 데커레이션 하며 미술적 감각이 향상됩니다.


3. 문제해결력이 신장됩니다.

동화를 읽으며 아이와 문제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요리를 하며 생기는 문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예를 들면 기름을 두르고 조리를 할 때는 기름이 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함을 알고, 혹시라도 기름이 조금 튀었을 때 찬물에 열을 식힐 수 있는 처방을 하게 됩니다.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도 조리하다 보면 큰 화상보다 이런 자잘한 일을 많이 겪는데 간단한 대처만으로도 상처가 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거든요.


4. 자기 주도적 성향과 자기 효능감을 자라게 합니다.

동화는 쉽고 재미있지요. 아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요리 만든 것을 맛있게 먹음으로써 만족감이 큽니다. 이러한 활동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하게 하고 실천했을 때의 만족감이 극대화되어 잘할 수 있다는 자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집니다.


5. 창의성이 발달합니다.

다양한 소재의 동화를 읽으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나의 상황에 맞게 수용하게 되지요. 동화 소재와 연계한 요리를 하며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내며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요리 과정에서 아이는 전통적인 사고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며 창의성이 발달하게 됩니다.


동화도 듣고 요리도 하며 아이는 새로운 재료에 대한 탐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멋진 활동이지요. 이렇게 좋은 동화요리 집에서도 할 수 있나요? 집에서 아이와 요리를 한다면 어질러진 식탁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집에서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요리 동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브런치에 용돈 교육, 사는 이야기, 전원주택, 요리와 동화 글을 쓰고, 글을 엮어 책을 만듭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습니다.

작가의 책이 궁금하다면,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YES24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고경애 | 한국경제신문 i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알라딘: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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