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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함을 아는 마음

소중함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소중함이란 매우 귀중하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귀중하다는 무엇일까? 바로 귀하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요즘 MZ세대가 물건을 대할 때 귀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까? 멋지고 예쁜 학용품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연필 하나쯤 잃어버려도 다시 사면되고, 집안 구석구석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연필이다.


옷은 또 어떤가?


옷의 재질도 합성섬유로 만드니 잘 뜯어지지도 않아 오래도록 입을 수 있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입고 싶은 옷을 오늘 주문하면 총알 배송되어 새벽이면 내 집 앞에 놓이니 하루면 새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시대이다. 이렇게 빠르고 품질 좋은 물건이 풍부하다 못해 넘쳐나는 세상에서 소중함을 가르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소중한 마음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아이들이 용돈 교육을 받기 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물건을 구입할 때면 사고 싶은 것을 다 사주지 않는다는 철칙이 내게 있었다.


한 번은 수족관 관람을 갔을 때의 일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형형색색 알록달록 예쁜 인형들과 기념품이 즐비한 곳을 지나와야 하는 세상 어려운 관문이 있었다. 정말 재밌게 수족관을 관람했는데 이곳에서 아이들과 부모 간의 실랑이는 벌어지기 시작한다. 기념품을 몇 개씩 고르며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너무 비싸니 나중에 사자는 부모 사이에서다. 물론 아이가 한명일 경우에는 큰 부담 없이 덜컥 사주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장난감이라도 몇만 원씩 하는 큰 인형을 사줄 여력이 없기도 했지만 부모로서의 철칙이 사고 싶다고 다 사지는 말자는 마음이 굳건했다.


엄마의 안된다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 아이는 드디어 쇼핑몰 바닥에 드러누워버린다. 이렇게 하면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엄마가 사줄 거라는 기대를 가득 안고, 젖 먹던 힘까지 끌어당겨 울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우는 아이와 엄마를 번갈아 보며 '왜 아이를 울리지?' 비난의 표정으로 힐끗 거린다. 엄마는 금세 얼굴이 새빨개지고 이 상황을 끝내고 나쁜 엄마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려면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해야 하는데 유일한 방법은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게 하는 것뿐이다. 여기서 모든 엄마들이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우는 아이를 뒤로하고 10여 미터를 걸어갔다. 물론 발걸음을 떼는 것이 천근만근이었으나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여기서 무너진다면 더 이상 아이는 양보란 없을 것이고, 잠깐 갖고 놀다가 실증낼 물건을 매번 사줘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아이는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엄마를 보며 다시금 돌아와 나를 안아줄 거라 생각했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가고 엄마를 잃어버릴세라 울며 달려오기 시작한다.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있는 힘껏 잡고 늘어져 보지만 나는 꿈쩍 하지 않는다. 그리곤 못 이기는 척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고 10년은 헤어져있던 모자 상봉하듯 세게 안아준다. 그리곤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아무리 떼를 써도 사줄 수 없음을 하나씩 설명한다.


엄마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본 아이는 엄마가 허락해 주는 상태를 몇 번 더 확인하는 일이 생기겠지만 물건을 사달라고 바닥에 누워 떼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꼭 사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게 하고, 필요하면 한 가지만 사도록 했다. 꼭 사야 하는 경우 미리 생각해 보고 목록을 적게끔 했고, 생각지 않았던 물건을 산다고 할 때는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하게 했다. 그렇게 소비 습관을 기른 아이는 용돈을 받으면서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반복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가슴에 담게 되었다.


얼마 전 명절에 이모네 집에 갔을 때다. 이모와 이모부를 기다리며 아이가 잠깐 신발가게를 가보자고 했다. 며칠 전부터 신발의 뒤축이 까지며 신기 불편해지자 신발을 사야 한다고 말해 둔터라, 우리 가족은 신발가게를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발이 이렇게 비쌀 줄이야. 신발이라면 저렴한 곳에서 기껏해야 5만 원 선에서 구입했던 것과 달리 10~20만 원이 대부분인 것을 보며 입이 쩍 벌어졌다. 그중 세일품목에서 겨우 6만 원대의 신발을 찜해놓고 다른 곳도 더 둘러보자고 매장을 나온 사이 이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모와는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보는 터라 반가웠던지 갑자기 신발을 사주겠다며 아이를 끌고 매장을 향했다. 이모는 세일점도 아닌 대리점으로 데리고 가서는 고등학생이 신기 좋은 신발을 추천해 달라고 말하고는 10만 원대의 신발을 덜컥 계산했다. 돈의 쓰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아이는 어쩔 줄 몰라 어정쩡 서 있었고, 이 정도 브랜드는 신어줘야 요즘 청소년이라며 이모는 아이를 안심을 시켜주었다.


신발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신발을 다시금 신어보며 끈을 조절했다. 그리고는 신발장에 고이 모셔두는 게 아닌가?

"ㅇㅇ아, 신발 신고 다녀야지 왜 신발장에 모셔두니?" 나는 의아하여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이모가 사준 비싼 신발인데 어떻게 그냥 신어요. 곧 시험인데 시험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신을 거예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초등학생만 같았어도 신발을 안고 잘 태세였다. 이모가 사준 신발을 소중히 여기며 아낄 줄 아는 아이의 행동에 나 또한 감동이 되었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싼 돈을 지불하고 조카를 생각하는 이모의 마음을 가슴에 새겼으리라. 쉽게 얻을 수 있는 신발이 아님을 알기에 더 귀하게 여기며 발을 내디딜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가뿐하니 행복해하겠지. 이런 행복은 자기가 돈의 쓰임을 미리 배우지 않았다면 몰랐을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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