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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in Seattle Jun 23. 2024

시애틀 하이킹 6. Lake 22

난이도 중. 산 꼭대기에서 호수를 만나다.

산을 오르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산을 오르는 그 자체에서의 즐거움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등산을 생각하면 나는 대부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뷰를 기대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애틀에서 하이킹을 시작한 다음에 나는 하이킹에서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한다. 이번 주에 어느 곳으로 하이킹을 갈까 하는 고민을 할 때 보통 AllTrails라는 앱을 쓰는데, Attractions (매력적인 요소 또는 명소)라는 검색 필터를 쓰면, 폭포, 뷰, 야생화, 호수, 강, 숲, 해변, 동굴, 야생동물, 온천, 역사적인 장소, 개와 함께 갈 수 있는 트레일 등, 많은 옵션 중에서 내가 원하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확실히 내가 기대할 수 있는 대자연의 옵션이 늘어난 느낌이다.


세 번의 여름을 지내면서 꽤 많은 하이킹 코스를 다녔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이킹 코스는 산 꼭대기에 호수가 있는 코스들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몇 시간이나 산을 올랐는데, 하늘 끝에 닿을 것 같았던 그곳에 산에 둘러 쌓인 큰 호수가 있으면 왠지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한라산의 천지를 가보고 싶다!) 앞으로 소개할 산 정상에 호수가 있는 많은 하이킹 코스들 중에 가장 접근성이 좋고 (시애틀에서 가깝고), 난이도가 높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뷰를 가진 하이킹 코스가 오늘 소개할 레이크 투앤티투 (Lake 22) 트레일이다.


산 꼭대기에서 등장하는 Lake 22

Lake 22 트레일에 들어서면 꼭 정글에 들어온 것 같다. 여기저기 물이 흐르고, 군데군데 쓰러지고 부서진 나무들이 많다. 어떤 구간은 엄청나게 큰 나무가 트레일을 가로막으면서 쓰러져 있어서, 나무의 한 부분을 깎아서 계단처럼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아무렇게나 부서진 나무들을 피하고, 쓰러진 나무를 넘어서 하이킹을 하고 있으면 대단한 어드벤처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엉망으로 부서지고 쓰러진 나무들을 넘고 넘어


걷는 내내 곳곳에 즐거움이 있는 코스다. 대부분의 코스는 걷는 사람을 쪼꼬미로 만드는 높은 나무로 둘러싸인 트레일을 지나는 코스이긴 하지만, 어느 순간 짠 하고 오픈된 공간이 나오면서 탁 트인 공간이 나오기도 하고, 갑자기 돌 밭을 걷다가, 시원하게 물이 쏟아지는 폭포를 지나기도 한다.  


Lake 22 Trail


하지만 이 트레일 제일의 감동 포인트는 역시, 트레일 정상에 도달한 순간 코너를 딱 돌면 나타나는 호수다. 군데군데 눈으로 덮인 돌산으로 둘러 쌓인 푸른 호수를 보면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당장 호수로 뛰어 들어서 더위를 식히고 싶은 유혹이 들기도 하지만 물이 무척 차갑다! 호수를 한 바퀴 쭉 돌 수 있도록 트레일이 이어지는데, 나무 데크로 잘 만들어진 트레일을 지나고, 초원을 지나고, 돌 밭을 지나고, 산속을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데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이다. 호수를 천천히 한 바퀴 걸으면서 만나는 수영하는 댕댕이와 사람, 낚시하는 사람, 피크닉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Lake 22 Loop


Rattlesnake Ledge Trail와 마찬가지로, 시애틀 가까이에서 어렵지 않은 반나절 코스 하이킹 코스를 찾는다면 자신있게 Lake 22를 추천한다. 산을 올라 정상에서 만나는 호수는 특별하다. 점점 더 하이킹이 좋아진다.


Let's hike!



3줄 평 (난이도: 중)

- 부서지고 넘어진 나무를 넘고 넘는 어드벤쳐

- 산 꼭대기에서 호수를 만날 때의 감동

- 호수 한 바퀴를 걷는 30분짜리 Loop이 이 트레일의 하이라이트!


AllTrails의 코스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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