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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in Seattle Jun 23. 2024

시애틀 하이킹 5. Burroughs Mountain

난이도 중상. 나를 하이킹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 트레일.

푸푸 포인트 (Poo Poo Point)에서 첫 시애틀 하이킹을 한 이후에, 시애틀 첫해의 여름 내내 매주 주말마다 하이킹을 갔다. 시애틀 첫 해의 여름을 생각하면 산속의 싱그러움, 초록 초록 한 숲, 짙은 파랑의 호수뿐이다.


푸푸 포인트 (Poo Poo Point)를 다녀온 다음에 '하이킹...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에서 래틀스네이크 렛지(Rattlesnake Ledge) 트레일을 다녀온 다음에 '하이킹... 좀 재밌는데?' 정도였던 나를, 하이킹과 드디어 사랑에 빠지게 만든 트레일은 레이니어 국립공원의 (Mount Rainier National Park)의 버로우스 산 (Burroughs Mountain) 트레일이다.





버로우스 산을 가면서 레이니어 국립공원을 처음 방문했다. 레이니어 산 (Mount Rainier)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고, 높이는 14,411피트(4,392미터)로, 워싱턴 주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돌아올 때도 비행기 창밖에 보이는 구름 위로 만년설이 덮여있는 산 꼭대기가 빼꼼히 보이고, 시애틀 도심 곳곳에서도 보인다. 분명 차로 2시간이나 넘게 떨어져 있는 산인데, 날이 좋은 어느 날에는 집 앞에 바로 있는 것처럼 생생히 크고 가까이 보인다. 어느 날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면서 때로는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애틀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시애틀 어디에서나 보이는 레이니어 산 (Mount Rainier)


레이니어 산에는 수많은 하이킹 코스가 존재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2개의 베이스캠프는 남쪽의  파라다이스 (Paradise)와 북쪽의 선라이즈 (Sunrise) 캠프이다. 버로우스 산 트레일은 Sunrise 방문자 센터에서 출발해 산 능선을 타고 걸으면서 버로우 산 3개를 지나는 코스로, 왕복 약 6시간 정도 걸린다. 첫 번째 버로우 산 (First Burroughs)을 지나는 코스는 고산 초원지대를 지나면서 레이니어 산의 탁 트인 푸르름이고, 두 번째 버로우 산 (Second Burroughs)을 지나는 코스는 바위지대를 지나는 회색빛이고, 세 번째 버로우 산 (Third Burroughs)을 지나는 코스는 여름이지만 만년설로 가득 뒤덮인 흰색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버로우 산에서 바라보는 눈으로 덮인 레이니어 산


하이킹을 하는 내내 대자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Sunrise 방문자 센터에서 출발해 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드문드문 피어있는 야생화와 탁 트인 푸르름에서 오는 시원한 뷰가 새로운 세계로 넘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하이킹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7월 한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아, 빙하처럼 푸르른 빛을 내는 프로즌 호수 (Frozen Lake)를 지난다. 숲에 둘러 쌓여있는 트레일이 아니라, 산 능선을 따라서 쭈욱 걷는 코스로 내내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며 걷게 된다. 비로소 첫 번째 버로우 산 꼭대기에 도착해서 빼곡한 나무들 뒤로, 만년설이 쌓여있는 레이니어 산을 보면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간식으로 가져온 견과류를 다람쥐에게 나눠주면 입안 가득 견과류를 넣고 옴뇸뇸 먹는 그 모습이 귀여워 한동안 바라보게 된다.


Frozen Lake와 귀여운 다람쥐 (두 번째 사진에서 대자연 속의 다람쥐를 찾아보세요!)


두 번째 버로우 산과 세 번째 버로우 산을 걸으면서 눈으로 덮여 있는 레이니어 산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두 번째 버로우 산에서는 마멋 (Marmot)을 만났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신기한 동물을 보는 것도 하이킹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세 번째 버로우 산에 도착하니 본격적인 설산 하이킹이 시작되었다. 7월 한여름의 설산은 굉장히 이색적이다. 비록 여름 바지를 입어서 바람이 슝슝 들어오기는 하지만, 방수 하이킹화에 아이젠까지 야무지게 착용하고 하이킹 스틱을 짚고서야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게 가능했다. 사각사각 슬러쉬처럼 밟히는 눈을 밟으며 한참을 산을 오르고서야 비로소 세 번째 버로우산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하얗게 덮인 설산에서, 바로 앞의 거대한 하얀 레이니어 산을 바라보는 것이 압도적이다. 저 멀리에 뭉게뭉게 떠있는 구름도 비현실적으로 귀엽다.   


사진 속 마멋을 찾아라 / 한여름의 설산 오르기 / 귀여운 구름




이 하이킹을 다녀온 이후에 한동안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자연에서 압도당한 마음에 산앓이를 하는 느낌이었다. 토요일에 하이킹을 다녀와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나도 모르게 어제 그 산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너무 놀랐다. 정말 이상하게도 어제 다녀온 산을 생각만 해도 에너지가 샘솟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아마 할 수 있었다면 정말 당장이고 레이니어 산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평생 Water person이라고 외치고 살았던 내가 처음으로 하이킹과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이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서 사진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느낌이 전혀 살지 않는 것 같다. 꼭 직접 가서 압도적인 대자연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


Let's hike!



3줄 평 (난이도: 중상)

- 나를 하이킹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 트레일

- 압도적인 대자연에서 오는 감동

- 초원대지, 바위지대, 만년설을 지나는 대장정 (하루 25000보의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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