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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08. 2024

75. 명리심리학

-양창순 「다산북스」


사주팔자라는 말을 그냥 한 단어로 운명 정도로만 생각했다.  내가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  


四柱.  네 개의 기둥.  八字.  그 기둥을 이루고 있는 8개의 글자.  




‘내 운명은 육십갑자 중에 겨우 네 개의 구성, 즉 여덟 글자에 불과하다.  

이것은 곧 애초에 삶이 결핍에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내가 느끼는 결핍감이 그저 원래 그러도록 지워진 운명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부족한 내가 보기에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아닌 게 보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게 이런 이유였나 싶다.  


정신과 의사로서 서양의 정신분석으로 상담을 하다가 내담자들을 더 잘 이해하고 치유하고 싶어 명리학을 공부했다는 작가는 심리검사로 나온 환자의 특성만으로는 그들을 설득하고 치료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내 생각에 정신분석으로 그들을 설명하면 비판과 비난으로 받아들일 것 같다.  자신의 좋지 않은 점이나 고치고 싶은 면 때문에 정신과 의사까지 찾아갔는데 정신을 분석할수록 콤플렉스나 애정결핍, 욕망, 이기심 등이 더 표출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나를 잘 알지만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을 때, 내가 가장 나약하게 느껴질 때,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을 때, 어떤 방법으로든 내 생활을 더 잘 영위하고 싶을 때 정신과 의사든 점쟁이든 찾는 게 아닐까.  종교적으로 의지하고 위안받는 경우도 많겠지만.


‘왜 우리는 마음이 아플 때 정신과가 아닌 점집부터 찾을까요?’


책 뒷면에 적힌 글을 봤을 때 꼭 내 얘기를 하는 줄 알았다.  병원에서는 내 마음이 왜 아픈지 내가 찍은 사지선다형 심리검사로 판단하고 약을 주면서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식의 처방을 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상처받고 찾은 점집에서 내 마음 밑바닥을 들킨 것처럼 적나라하게 나와 내 옆의 사람들과 내 상황을 설명하는 말을 들었을 때 갑자기 터져 나온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생각해 온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갔었지만 지금은 나와 타인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 명리학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도 그 말을 한다.  생년월일시의 사주는 내가 태어날 때 우주의 기가 나에게 들어온 것이므로 나도 어쩔 수 없는 내 기질과 속성이라고.  그것의 부족함을 보충하고 너무 센 것은 좀 누르고 내 운명을 좋은 쪽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운명(運命)은 어쩔 수 없이 굳어진 상태가 아니라 돌 운(運), 목숨 명(命)의 글자대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하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조금 힘이 난다.


다산 근린공원의 백합나무(튤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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