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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9. - 2021. 6. 11.

by 바람 Feb 28. 2025




어제저녁 8시쯤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낮이면 책이라도 볼 텐데 초 하나 없이 어둠 속에서 침대에 누워 눈만 껌벅거리며 배터리도 얼마 안 남은 핸드폰만 보면서 뒤척거렸다.  

깜박 잠이 들었나 본데 다리가 가려워 잠이 깼다.  날은 선선한 봄날인데도 몰타의 열정적인 태양에 sunburn을 입은 팔다리가 붉게 들고일어나 심상치 않다.  


일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잠시라도 사라졌을 때 거의 멘붕이다.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댄다.  

전기의 힘을 거의 처음 느끼는 것 같다.

핸드폰, 와이파이,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형광등, 커피포트..

다행히 물은 나와서 씻기는 했지만 카레 만들려고 남겨뒀던 냉장고 안의 돼지고기는 버렸다.  아까비.  

얼어 있던 홍합살은 알맞게 녹아있어서 얼른 해물파전을 부쳤다.  저녁 식사 겸 안주를 아침에 만들어 놓고 든든해한다.  


처음 이 집에 올 때 다른 신축 스튜디오 아파트에 있는 인덕션이 아닌 가스통을 집안에 둬야 하는 가스화구라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득이다.  

가끔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약점이 강점이 될 때도 있다.


나의 단점과 약점도 상황에 따라 반대가 될 수 있으니 너무 기죽지 말고 힘내라고 나에게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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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2




갈수록 날이 뜨거워진다.  

그늘 아래에선 바람 불면 선선하지만 태양의 열기는 장난 아니다.  

9유로나 주고 산 얇은 긴팔은 목이 너무 많이 파여 있고 짧아서 다른 반팔티로 갈아입고 나왔다.  

입어보고 샀어야지.  

집 근처의 단골카페는 모든 자리가 벌써 햇볕이 짱짱해서 그냥 발레타로 바로 왔다.  


맥도널드 옆에 있는 심플한 젤라또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BTS MEAL 광고판을 보고 있자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을 보고 햄버거 패티가 얼마나 끔찍하게 만들어지는 지를 간접경험 했었다.  

버거를 먹은 아이들의 장에 구멍이 뚫렸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어서 BTS가 맥도널드 광고를 하는 게 별로였지만 전 세계에 퍼져있는 매장들이라 광고효과는 클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이 BTS를 얼마나 아는지 몰라도 

몰타 시내 한복판에 있는 그들의 이름 내가 괜히 우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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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연장을 해야 할까.. 에 따른 꼬리 문 생각들 때문에 정신 사납다.

이런저런 선택들로 인해 또 다양한 걱정과 번거로운 일들이 태어난다.  

이걸 꺽정스러움이 아닌 새로운 경험과 배움으로 생각하면 좋을 텐데 머리와 가슴은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

죽음.  너무 단적이지만 죽고 사는 일 아니라면 좀 과감해져도 된다고 나에게나 내 아이들에게 말해왔었다.  

하지만 나의 콩알만 한 간은 아주 사소한 일에 펄떡거리고 쪼그라든다.

즐길 줄 모르고 늘 야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이다.

작은 일에 크게 감동받고 재미있어하거나 좋아하는 일도 많지만 싫은 것도 많다.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한번 일어나면 그 검은 생각들에 사로잡혀 늪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일이 산수 생일이다.  내가 첫아이를 낳고 벌써 23년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  

내 인생도 들쭉날쭉했으니 이젠 욕심을 버리고 편히 살자 하면서도 자꾸 일을 만들어 내고 있는 내가 안타깝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동전의 양면 같은 이 생각을 뒤집으면 동경만 했던 일을 직접 경험하고 이런 시도와 실패와 좌충우돌의 시기를 거치며 한 발자국씩 나가는 나를 대견하게 여길수도 있다.


좋은 걸 앞세워 생각하자.  

어딘가에 부딪히면서 다치거나 미로 같은 생각에 갇힐 때도 있겠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기도 한다는 걸 계속 떠올리자.

그러려고 온 곳에서 온갖 고민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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