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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by 바람


나도 그렇다.

한국이 살기 좋다는 사람들은 약자의 처지에 서 본 적이 없어서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혹은 약자였다가 돈을 벌어서 강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살기에 편리(인터넷, 서비스, 배달, 신속..)하다는 건 그 일을 위해 누군가 저임금으로 노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유교 문화와 가부장제.

요즘은 여성상위시대라고 하면서 남자들이 더 차별받는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가장 내세우는 것이 군대다. 여자로서 나는 군대도 똑같이 가고 싶었다. 정말 황금 같은 시기에 남자들만 그런 의무를 가져야 하는 것도 빚진 기분이다.

하지만 가부장제하의 결혼생활과 임신, 출산, 육아는 아무리 외조를 잘하는 남자를 옆에 둔다고 해도 오롯이 여자의 평생의무다.

거기에 경제활동도 해야 한다.


물론 한국이 돈 있으면 살기 편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어딘들 그러지 않을까. 치안도 좋다.

사람마다 가치, 기준, 사고방식, 무게중심이 다르니 각자 생각대로,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대로 살면 된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

대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면 안 된다.

한국은 그걸 너무 많이 한다.

어른이라, 부모니까, 상사여서, 고객은 왕이니까.. 내가 겪은 강요와 갑질들 만으로도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사회뉴스에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갑질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돈 벌고 남들보다 높은 지위를 열망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너무 비약이겠지.


호주에서 1년 정도 사는 동안 그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걸 잘 느끼지 못했다.

그저 외국인으로서의 자유로움, 한국의 명절(아무런 고귀한 느낌 없이 차 밀림, 일 많음, 듣기 싫은 소리들 강제 듣기로 점철된)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함 외에 똑 같이 사람 사는 세상일 뿐이었다.

오히려 아이들 도시락과 학교 라이딩, 높은 월세, 해지면 나갈 엄두를 못내는 것 등 불편한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마트 캐셔든 타일러든 미용사든 억지로 웃거나 고객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는 않았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업종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수를 더 준다.

계약직은 고용이 불안정하니까 오히려 수당이 더 많다는 말도 들었다. 그건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니까 뭐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선진국이라는 지위를 가지려면 다양한 항목에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호주, 미국, 영국 등 서구권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우세한 항목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약자에 대한 태도와 지원이다.

멋지고 훌륭한 자연과 문화, 시민의식을 가진 우리나라가 약자에게 약한 진짜 강한 나라가 되면 좋겠다.


천은사의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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