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5. 그녀 이름은

-조남주 「다산책방」

by 바람


에필로그에서 ‘78년생 J’라는 소제목으로 짧은 이야기를 쓰고


‘J 씨는 사실 나다. 내 친구이기도 하고 옆집 아이 엄마이기도 하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겪은 일과 느낌들. 그건 내가 살아오면서 겪고 느끼고 화나고 억울하고 무기력하고 포기하고 참아야 하고 혼자 울어야 했던 일들이었다.


결혼 전에 부모님이나 남자 형제들 또는 학교와 직장에서 남자구성원들로부터 구속당하거나 강요받은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스스로에게 여자로서의 정숙함과 사회적 약자로서의 머리 숙임을 겉으로나마 표방하며 자기 검열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든다.

이 사회의 가부장주의와 여전히 은연중에 드러나는 남존여비(과거와 비교해서 뭐라고 하면 할말 없다.)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지만 내가 직접 겪는 억압이 크지 않아 그냥 방관자 입장으로 넘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마치 신분이 강등당한 것처럼 느껴질 만한 일들을 겪으면서(문제는 나만 그렇게 느낀다는 거였다.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했다.) 20년 동안 노이로제, 신경쇠약, 자존감 파기, 배신감, 우울증 등 오만가지 정신적 문제에 휘감겨 있었다. 이것도 약한 신경과 본성을 가지고 있는 내 탓이라고 자책할 때가 더 많았다.


결혼하고 더 잘 사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자도 많을 것이다. 내 인생이 그렇다고 섣불리 일반화시키면 안 된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흐리고 뿌연 내 삶의 모순이 꼭 내 탓만은 아니라는 걸 나에게 상기시켜 줄 수 있었다.

길가의 며느리배꼽(사광이풀)

keyword
이전 14화44. 살인자의 기억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