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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근함과 불편함 사이에는 뿌듯함이 존재한다

운동을(헬스를) 한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멀리하고 있다

by 돌돌이


운동을(헬스를) 한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멀리하고 있다. 나라는 인간은 핑계를 찾는 데엔 최선을 다한다. 인간의 공통된 특징이겠지? 누구나 더 쉽고 재밌는 것만 하고자 한다. 헬스는 쉽진 않지만 재밌다. 수많은 사람들이 쇠덩어리를 들고, 운동기구를 앞에 두고 인상을 찌푸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제 헬스에 입문한 지 두 달 된 헬린이는, 헬스의 맛을 느껴가고 있다. 처음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매일 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헬스장을 두 달 가까이 주 5회 이상 가다 보니, 어느덧 재미를 넘어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주말에도 아이들이 빨리 자길 바라며 헬스장에 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다.


주말엔 아파트 헬스장


우습게도 헬스에 재미를 느낀 만큼, 다른 것들은 등한시하고 있다. 흥미도 총량이 있는 걸까? 책도 읽지 않고, 피아노 연습도 하지 않는다. 외국어 공부도 하지 않고 오로지 운동만 할 뿐이다. 올해 세운 목표 중에 유일하게 지키고 있는 것은 ‘헬스장 다니기’ 하나이다. 글만 보면 헬스를 오랫동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한 부위를 집중해서 끝내고 오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 나는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동을 한다. 유산소 운동은 하지 않고 기구나 덤벨만 사용한다. 덕분에 다음날 몸이 쑤시는 느낌을 매일 받는다. 어깨, 팔, 가슴, 다리 등등. 몸들이 돌아가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통증이라고 하기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뻐근함과 불편함 사이에는 뿌듯함이 존재한다. 오늘도 해냈다는 그 느낌이 좋다. 헬스장엔 매번 같은 사람들이 있다. 몸이 좋은 사람도, 나처럼 시작단계인 사람들도, 자신의 몸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쇠질을 한다. 나는 재활과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하고 있다. 군시절에 벤치프레스를 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친 이후로, 헬스는 아주 소소하게 해 왔다. 어깨에 무리가 갈까 봐 기구만 하는 것이다. 어제는 두 달 가까이 헬스를 하면서 처음 벤치프레스를 한 날이다. 아주 가벼운 무게로 자세를 잡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행여나 왼쪽 어깨가 다치진 않을까 조심하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20년 전에는 70kg도 거뜬했지만 어제는 오 킬로짜리 원판 두 개가 전부였다.



헬스를 하는 이유는 건강하게 다치지 않고 운동하며 살기 위함이다. 멋진 몸도 좋지만 흥미를 잃지 않고 지치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도, 독서도, 피아노도, 그리고 헬스도. 우선순위는 내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헬스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오던 것들을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출퇴근길에 충분히 쓸 수 있는 글들을 운동한다는 이유로 안 쓴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올해 여름, 멋진 몸을 가지고 상의를 탈의할 순 없을 것 같다. 대신, 내년 여름을 목표로 몸을 만들어야지. 지금처럼 꾸준히. 그리고 글쓰기도 다시 꾸준히 시작이다.


p.s - 지치지 마. 게을러지지 마.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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