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법만 아는 겁니다
[선생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어떤 거요?]
이제 만 1년이 지난 2년 차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ERCP를 한지는 이제 2달째에 접어들고 있었고 3rd의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노릇이지만, 나름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 있다. 그 선생님이 나에게 질문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늘 위에 스텐트 삽입하실 분이 스텐트가 끊어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
cancer로 pyloric obstruction으로 다른 대학병원에서 스텐트를 시행한 분이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였고 암이 유분부를 침범해서 폐색이 일어났고 흔히 사용하는 메탈스텐트로 그 부분을 인위적으로 열어 놓았는데 특이하게 스텐트가 절반이 잘려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사실 이런 케이스는 많이 없기도 하지만 질문을 한 그 친구가 기특하기도 했다.
[우선, 질문하는 자세 아주 습니다. 천천히 하나씩 볼까요. 우선 Chest PA(엑스레이)부터 보면 여기 희미하게 보이죠?]
[잘 안 보이는 거 같습니다.]
[오케이. 그러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채로 마우스를 움직여 볼까?]
[오…]
엑스레이는 음영을 조절해서 보면 더 잘 보일 수도 있다. 질문을 했기 때문에 그 친구는 새로운 것을 하나 배웠겠지?
[자, 이 환자는 p ring obstruction으로 왔고 스텐트를 한 히스토리가 있잖아. 지금 스텐트 위치가 어디에 있어?]
[위 쪽에 있습니다.]
[내시경실 간호사가 그런 표현을 쓰면 안 됩니다. proximal, distal, AW, PW, Body 아무튼 의학용어로 명명하세요. 혼선을 줄 수 있으니까요.]
[아, 예. 여기는…]
[엑스레이로 알 순 없지만 body에 있을 거고 내시경을 하면 GC쯤에 잘린 스텐트 조각이 있겠죠?]
위의 구조와 내시경시 중력 방향을 안다면 더 쉽겠지만, 당장 일하기 바쁜 2년 차 선생님에게 답변을 바라는 것은 무리긴 하다. 그래서 최대한 질문은 하지 않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잘 보면 pylorus 쪽에 스텐트가 희미하게 보일 겁니다. 물론 안 보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정확한 건 CT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CT 영상을 보면서 스텐트의 모습도 함께 보고 과거 다른 병원에서 시행했던 스텐트도 함께 보기도 했다.
[아마 연세도 있고 병변 모양과 위치를 생각하면 uncovered로 넣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고요…]
이후에도 길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 CT를 보는 법을 모르는 간호사도 있지만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알고 접근하는 것과 모르고 접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다른 이모저모 설명을 좀 더 해주고 꼰대다운 멘트로 마무리했다.
[선생님은 이제 배우는 입장이니까, 어떠한 질문도 다 용납이 됩니다. 차라리 지금 묻고 아는 게 더 좋아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일이 익숙해지면 여차저차 일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법만 아는 겁니다.]
시간이 남아서, MRCP에서 bile duct 사진도 같이 보고 초음파 내시경에서 교수님이 찍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도 알려주고 싶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도 많았기에 이걸로 수업이자 잔소리는 마무리했다. 알고자 하는 친구들에겐 친절하게 설명해 주려고 노력한다. 묻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니까.
p.s - 매번 점심 메뉴가 뭔지 찾아보고, 교수님이랑 농담 따먹기 하고, 먹은 음식 칼로리를 계산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나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나도 간호사로 최선을 다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