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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들은 간호사의 실수나 무지에는 분노치 않는다.

대신 신규를 포함한 몇몇 간호사들의 태도에 분개하곤 한다.

by 돌돌이

병동에 입원해서 내시경실로 검사나 시술을 하러 오는 분들이 있다. Iv route라고 해서 수액이 들어가는 주사자리를 달고 오는데, 그것의 모양이나 방식이 병동과 간호사마다 다르다. 주사자리에 3-way를 바로 연결하고 주사라인을 달고 올 때면 화가 난다. 10cm 정도의 extension tube라도 연결해서 3-way를 연결하면

되는데 환자가 불편해하는데도 그렇게 달고 오는 것이다. 수면(진정)으로 검사를 진행하다가 주사자리가 빠질 확률도 현저히 높아지고 18G나 20G 사이즈의 커다란 바늘이 혈관과 주변부를 자극하게 된다. 수액 라인만 있어도 불편감을 느끼는데 그 와중에 주사 입구에서 움직이고 건드리니 검사자는 얼마나 아플까?


주사자리에 다른 수액들을 연결하여 진정약물이 들어갈 자리가 없이 그냥 오는 경우도 있다. 항생제가 추가로 처방되어 달고 오는 경우나 수액이 추가로 처방 난다면 3-way를 추가로 달고 와야 하는데, 그냥 오는 경우가 많다. 내시경 실에서 수면약을 줄 곳이 없어진다. 병동에서 추가로 약물이 쓰일 수도 있지 않나? 주사기로 옆 라인으로 주입할 수도 있고, 수액을 빼서 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


병동은 병동의 어려움이 있다. 나 또한 병동 간호사로 간호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잘 안다.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만난 적이 있다. 결혼을 하는 그 친구는 청첩장을 돌리며 병원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10년 이상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었다. 나처럼 대학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종합병원과 로컬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누가 더 일이 힘드냐를 대결하곤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병원에서 어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야기한다. 뉴스에서 나온 사건이 그 병원이었냐며 알음알음 알게 된다. 그리고 대화 내용 중에 꼭 들어가는 것이 있다. 바로 신규 간호사 선생님들의 태도이다.


안티를 잘못 믹스한 간호사, AST를 하지 않은 간호사, qid나 po와 같이 의학용어를 모르는 간호사, 수련의가 낸 약물 처방의 용량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투여한 경우 등. 신규 때엔 이러한 실수는 충분히 할 수 있고 납득이 간다. 업무 중에 직접적인 사고가 나기 전에 걸러진다면 다행이지만 큰 사건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10년이 넘도록 간호사를 하고 있는 동기들은 간호사의 실수나 무지에는 분노치 않는다. 대신 신규를 포함한 몇몇 간호사들의 태도에 분개하곤 한다.


신규 선생님을 부르면 대답을 하는 대신에 쳐다보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아르바이트하는 분들이나 젊은 분들 중엔, 이야기를 하면 빤히 보는 분들이 있긴 하다. 그들의 행동엔 악의가 없다곤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그렇지 않다. 나도 누군가가 나를 부르면 대답부터 한다. 호명한 것을 들었다는 것과 내가 현 위치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자신의 일만 하려고 하는 건 공통적인 특징이란다. 나는 얼마나 자신의 일이 바쁘면 그랬겠냐며 편을 들어 본다.


[오빠. 그게 아니라, 자기 일만 딱하고 남이 바빠도 눈도 깜짝 안 해요. 웃긴 건, 자기가 바빠서 일 다 못하면 그냥 넘기고 가는 경우도 허다해요. 이게 맞아요?]


신규 간호사의 엄마가 전화를 걸어 딸이 일하기 힘들어한다며 수간호사나 파트장에게 연락하기도 한단다. 어떤 신규의 어머니는 병동에 있으면서 데이 근무에 출근한 딸에게 라운딩마다 김밥을 하나씩 먹이더란다. 보호자겠거니 싶었는데 그 간호사의 엄마란다. 이게 대학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니…


개인적인 성향이 점점 커지는 것은 나도 느끼는 바이다. 교수님들과 시술을 하고 늦게 마치는 경우가 있다. 시술이 끝나고 나면 다른 방의 간호사들이 환자를 빼주고 정리를 도와주기도 한다. 나는 오지랖이 넓어선지, 시술의 중간에 들어가서 같이 참관하거나 손을 바꿔주기도 했다. 나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랬지만, 대신해보겠다는 간호사나 궁금한 점을 묻는 간호사가 줄어드는 것은 슬픈일이다.


p.s - AI가 내시경을 정복할 날이 올 거라 믿지만, 아직은 Chat gpt가 임상 노하우를 다 알려주진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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