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떻게 인간이라는 유기체를 완벽하게 만들었을까?

by 돌돌이

내시경을 할 때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선생님 기억 안 나게 해 주세요. 지난번엔 검사 중간에 깨서 다 기억나더라고요.]


내시경을 할 때는 수면 약을 쓴다. 의식하 진정이라고 해서 진정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수검자의 이름을 크게 부르거나 자극을 주면 깰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부분 수면내시경이라는 표현을 쓴다. 내가 한동안 진정 내시경이라고 이야기하고 설명도 해보고 이야기했지만, 검사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진정이라는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보인다.


https://brunch.co.kr/@colloky/477


검사중간에 심하게 몸부림치거나 검사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면 안전을 위해 검사를 중단하거나 약물을 사용해서 깨운다. 오늘도 ERCP를 하다가 몸부림을 심하게 쳐서 midazolam의 길항제인 flumazenil을 투여한뒤 환자를 깨워서 시술을 진행했다. 목안에는 손가락 마디보다 두꺼운 측시경(역행성췌담도내시경)이 꽂혀 있고 십이지장 내에 내시경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깨워서 검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수검자 분들은 깨워서 진행하고 나서도 검사 중간의 기억을 잃기도 한다. 비진정(비수면)으로 검사를 잘하는 분도 있고 보호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비수면으로 하는 분은 참지 못하고 검사를 중단하기도 한다. 사람이 참을 수 있는 고통과 불편감은 제각각 다르다. 위와 대장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람마다 다르고 AoV라고 불리는 바터 팽대부는 하나같이 다 다르게 생겼다. 조물주의 의도는 알 수 없고 신이 인간을 만든 이유 또한 알 수 없지만 매일 내시경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어떻게 인간이라는 유기체를 완벽하게 만들었을까? 각각의 장기와 구조는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다. 각각의 구조와 기능을 잃어버리면 우리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우리 몸이 주는 메시지를 무시해 버리면 병은 진행한다. 사실 우리가 매 순간 병원에 있을 수도 없거니와 병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하니까. 사람일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20대나 30대 암환자를 볼 때마다 느끼는 바가 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수술이라도 가능해서 다행이라고. 그것 조차 늦은 환자를 볼 때면 마음이 아린다.


p.s - 이번에는 손 가는 대로 쓴 글이라 두서가 없습니다.


keyword
이전 25화동기들은 간호사의 실수나 무지에는 분노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