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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하는 이의 고통과 죽음을 보게 만들었을까?

by 돌돌이

병원에 있다 보면 눈물을 흘리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보곤 한다. 기대여명을 이야기하는 교수님의 대답을 듣고 많은 보호자들이 눈물을 흘린다. 울음소리로 가득 찬 공간에서는 숨 쉬는 게 힘들다. 웃음도 전염되지만 슬픔도 마찬가지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른다. 나 또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것이다.


ERCP검사실에서 일하다 보니 췌장, 담도암환자를 매일 본다. 막혀버린 담도의 길을 뚫고 스텐트를 삽입하고 말기 환자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술을 하는 것이다. 복수가 차고 체중이 줄고 극심한 통증을 가진 그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시술이 잘되어 피검사 수치가 좋아지는 것을 보면 나 또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시술이 잘되더라도 퇴원을 하지 못하고 일어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나는 죽음이 무섭다. 병동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했지만, 내시경실에 와선 죽음을 직접 목격하거나 경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시술이 이 사람에겐 생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간문부 담관암(Klatskin tumor)이라 불리는 이 병은 예후가 좋지 않다. 발견 후 5년 생존율이 췌장암 다음으로 낮다. 우리나라는 담도암 발생률이 세계 2위고 사망률은 1위란다. ERCP를 하면 Klatskin tumor나 cholangiocarcinoma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증상도 없고,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하면 전이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 수술적인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엔 담즙 배액을 위해 ERCP시술을 해서 스텐트를 삽입한다. 스텐트가 막히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교체를 하는 것이다. 기대여명이 4개월 이하의 환자에게 금속 스텐트를 넣는데, 표적항암제 덕인지 생의 의지덕인지 알 순 없지만 1년 가까이 생존해 계시는 분들도 있다.


매일 ERCP를 해도 난 여전히 모르겠다. 치료가 아니라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아프고 힘든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신이 있다면, 왜 이런 질병을 주셨을까? 왜 사랑하는 이의 고통과 죽음을 보게 만들었을까? 개인의 성장? 신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존경하게 하기 위해? 차라리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죽음과 질병에 관한 것들은 어떠한 답도 해법도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주어진 순간을 애써 붙잡고 놓지 않겠다는 집착만 생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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