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이라고 해야 하나?
내시경 시술을 하거나 ERCP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평소와 같은 루틴과 순서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3시간이 넘는 시술보다 힘든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다. ESD 시술을 하는 중에 천공이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출혈이 생기는 경우 등이 있다. 약물 복용 유무에 따라 작은 용종을 제거하는 것도 출혈 위험이 있다. 예상한 범위 내에서 입원 기간이 하루 이틀 길어지는 것은 환자나 보호자도 납득이 된다. 하지만 천공으로 수술을 진행해야 하거나 입원기간이 일주일이상 길어지고 금식기간도 동일하게 유지되면 모두가 힘들게 된다.
간호사의 입장에선 시술의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캐치하고 손발을 맞춰서 진행하면 된다. 문제는 우리가 수면(진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의 움직임은 100퍼센트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이다. cardia나 p-ring의 경우는 위치도 어려운데 환자가 기침이나 트림을 하기 시작하면 시간도 길어지고 어려워지게 된다. ERCP의 경우 유두부를 절개해야 하는 과정은 환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수면 전에 꼭 협조가 필요하고 불편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중간에 숨을 참아 달라하거나 트림을 참아달라는 협조를 요청할 수 있음을 알린다. 그렇게 하면 더욱 빨리 시술이 끝날수 있다는 추가 설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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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효과인지, 인지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술이나 검사 전에 대상자에게 협조나 긍정의 태도를 확인한 후 시작한다.
[마우스 피스를 물겠습니다. 입 크게 아 해보시고요. 마우스 피스 끈을 고정하겠습니다. 뒷목이 당길 수가 있습니다. 제가 살짝 느슨하게, 불편하지 않게 고정을 할 테니 혀로 밀지 마시고 협조해 주세요.]
수검자에게 고개 끄덕임이나 네라는 대답을 듣고 검사를 시작한다. 이야기와 동시에 약물이 들어가는데, 이러한 암시(?)는 꽤 효과가 있다. 많이 움직이는 환자도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사람은 말하는 대로 되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 역설적 반응은 누가 와도 막지 못하니까.
p.s - 가스라이팅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