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물 티 슈
학회를 종종 참석한다. 반나절만 하는 학회를 주로 가는데 때에 따라 9시부터 5시까지 하는 학회도 참석하기도 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현 의료의 방향도 알 수 있는 즐거움이 있지만 생각보다 지루한 경우도 많다. 매달 학회에 가다 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많다. 연륜이 있고 오랜 시간 학회에서 활동한 사람이 좌장을 하고 종종 명사를 모셔와서 특강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대학병원 교수들이 발표를 하는데 지루한 발표내용을 재밌게 준비해 오는 분들은 존경스럽다.
학회는 기본적으로 커피나 과자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마냥 무료하게 앉아 있진 않는다. 온 김에 뽕을(?) 뽑고 가자는 심정으로 커피도 두 잔씩 마시고 과자도 여러 개 먹어도 시간은 쉽게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핸드폰도 보고 뒤에 앉아서 졸기도 했다. 지금은 허무하게 시간을 날리는 것이 아까워서 필기도 해가며 열심히 듣는다. 특히 내가 관심 있는 분야나 잘 모르는 약물 처방에 관한 것들을 유심히 본다.
UC(ulcerative colitis-궤양성 대장염) 약물에 대한 발표를 들을 경우가 종종 있다. 쓰이는 약과 초회 용량은 교수님 마다 다르지만 세밀하게 용량을 조절하고 약제 변경을 한다. 약제 변경 후에 직장경 검사를 해서 약물 순응도를 평가하고 치료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종종 UC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 증상 악화로 오기도 하지만 약물 부작용으로 오기도 한다. 요즘에 UC환자가 늘었다. 체감상 느낄 정도니 UC환자의 수가 증가한 게 맞겠지? 50대나 60대에 UC를 처음 진단받는 경우도 있고 베쳇이나 크론병은 그 수가 덜 한 느낌이다. 장결핵의 수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두 건은 보인다.
솔직히 내가 학회를 참석하는 주된 목적은 바로 물티슈다. 내시경 학회나 소화기학회, 췌담도 학회 등을 다니면서 매번 인사하는 액세서리 업체 분들과 제약 회사 분들은 나를 보면 물티슈를 뭉태기로 쥐어 준다. 작은 휴대용 물티슈는 아이들을 키우는 집안에는 필수품이다. 우리 집에선 식탁을 닦을 때도 무언가를 흘렸을 때도 손을 닦을 때도 입을 닦을 때도 물티슈를 사용한다. 다른 홍보물품은 나에게 중요치 않다. 펜이나 음료, 연습장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나에게 필요한 건 물티슈니까. 조만간 참석하게 될 학회에서도, 물티슈가 많길 바라면서.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