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잡을 수 없었던 걸까? 가끔씩은 내가 맑은 하늘의 햇살을 머금어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그 비눗방울을 잡으려는 어린아이와 다름없다고 느낀다.
''우리는 자기가 길들인 것만 진정으로 알 수 있어.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아갈 시간이 없어.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물건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친구를 못 사귀는 거야.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날 길들여줘.''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인내심이 필요해.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저쪽 풀밭에 앉으렴. 내가 살짝 곁눈질로 널 바라볼거야. 넌 아무 얘기도 하지마. 언어는 오해를 낳거든......''- 어린왕자
과연 그랬던 걸까? 새 학기 첫날부터 팔짱을 끼며 친한 척 행세를 하는 우리는 조금 더 느리게 알아가야했을까? 처음엔 모두 시대적 잘못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파릇파릇한 풀꽃이 피어나는 집 앞 마당에서 자라온 할머니와 골목길에서 흑백 텔레비전을 보면서 고무줄을 넘었던 엄마 때는 절대 이 악하고 시커먼 흑백의 온라인 시대를 이해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의 아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멍청했고 지금이 훨씬 발전했으니 우리의 끔찍한 인간적 본능이 생존하기 위해 도발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자기세뇌 시켰던 것 같다.....악해진 아이들 사이에 끼여있는 나를 불쌍히 여기고 동정 해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압축시킨 공기통 안에 끼워 넣었었다. 불편한 느낌 떄문에 그런지 나는 하루에도 종종 슬픈 마음이 들다 못해 눈물을 흘렸고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한심해지면서 더욱 아무것도 안 한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 반에서 흐르는 웃음 속에서 나만 혼자 울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 때문에 생긴 질투였다.
나의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돌리는 조그마한 쪽지에도 질투심을 느꼈고 그러다가 갑자기 나한테로 몰려오는 쪽지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모순적인 감정이 떠올랐다. 그랬다. 나는 착각의 벽에 갇혀 있었다. 나만 소외당하고 있고 나만 괴롭고 슬프다는 착각 떄문에 생긴 어이 없는 질투들에 휩싸여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가끔은 그 질투 덩어리들을 조종하며 힘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그러면서 행복을 느끼는 나에게 너무 무서움을 느껴 다 집어 던졌다. 내 희망의 내용이 질투뿐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하고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현재에서 보면 가뜩이나 하찮은 우주의 원자같은 존재가 중얼중얼대는것 같아 멍청해보인다.
살리에리 증후군. 음악의 천재성을 지닌 모차르트를 보고 살리에리가 느낀 이루어질 수 없는 질투심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린 가끔 정말로 어떤 것이 하기 싫어지면 그 이유로 그 분야에 천재성을 지닌 위대한 사람을 갖다 붙인다. 체육시간만 되도 선생님이 축구를 하자고 하면 여자아이들이 투덜거리기를 ''왜 이렇게 우리 쌤은 축구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체중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꿈이 축구선수인 것도 아닌데 왤케 축구만 시킴? 우리가 언제 손흥민이 되고 싶다고 했음?'' 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 시간 새로운 종목으로 농구를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서로 안 하겠다고 떼를 쓴다. 이전의 노력들이 너무 허무해지는 것 같아서일까? 열심히 패스를 하며 공을 주고 받고 웃음을 터트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여자 아이들은 여자 대 여자가 아닌 여자 대 남자로 경기를 펼치는 순간 그 즐거움을 모두 손에서 놓아버린다.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서인것 같다. 나도 가끔 그런 허무함을 느끼곤 했으니까. 그러곤 내려진 살살 조심스럽게 공을 던져라는 그 명령에 복종하는 남자 아이들 때문에 더 미칠 것 같다는 기분 때문에 툴툴 대며 짜증을 내는 여자 아이들은 마치 살리에리 증후군에 빠져 모든 걸 놓고 포기해버리는것 같다.
질투란 마음속의 비눗방울 같다. 순수함에 가득 찬 4살배기 아이가 날아오르는 맑은 비눗방울을 잡으려고 뛰어가지만 결국터져버린 비눗방울에 또 다른 비눗방울을 쫓는 것 처럼, 영원히 잡을 수 없음에도 순진한 우리의 마음을 가려 언제나 강해보이는 것처럼 흉내내게 해주다가 어느 순간 날아온 방울에 지체없이 터지는 그 모습이 내 안의 약한 나를 가려주는 막이 되는 믿을 수 없는 가림막이자 삶의 원동력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