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먹구름을 빗어주고 싶어.

사실 미래 이야기는

by 이은수

태어난 아이는 다행히도 울지 않았다고 해. 아주 순하고 조용하고 잘 웃었대. L은 크게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렸어.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봐도 그 아이는 사라지지 않았어. 꿈이 아니구나. L은 눈앞에 아이도, 현실도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래서 그 아이에게 이름을 붙여줬대. 태어난 아이를 축복해 주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름을 붙여주는 거니까.


"엘리."




"너와 이름이 똑같지, 엘리?"

"응, 할머니. 나랑 같은 이름이니까 나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히히"

"그래, 그럴 거야. 오늘은 여기까지."

엘리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삐죽 내밀었어요. 그러다 소금씨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니 입술을 한번 깨물고 제자리로 돌려놓았어요. 소금씨는 엘리를 보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어요.


창밖에 또닥또닥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빗방울 떨어지는 속도가 저마다 달라서 엘리는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해요. 한 방울 한 방울 그 속도를 헤아리기라도 하는 걸까요. 소금씨는 엘리 옆으로 다가섰어요.


“할머니, 나 저 먹구름 빗으로 빗고 싶어.”

“음? 어떤 이유일까요? 엘리 씨.”

“너무 엉켜 있어. 자고 일어났을 때 내 머리처럼. 그래서 비가 오는 거 일수도 있어!”

“엘리, 엉킨 머리를 반듯하게 풀어가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대로 두는 사람도 있어. 반듯한 구름에게서도 결국 비는 내리게 돼. 우리는 엉켜도 반듯해도 비는 내리며 살아가게 될 거야.”


엘리와 소금씨는 함께 마당으로 나갔어요. 빗물에 나뭇잎과 개미가 밀려왔네요. 예상하지 못한 힘이 그들을 끌고 왔나 봐요. 소금씨는 그들을 보며 돌아가진 못하더라도 길을 잃진 않길 바라요.


사실, 소금씨가 오늘 했던 이야기는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지난날들의 이야기예요.


때때로 지나가서 다행스러운 일들이 있어요. 다시 돌아가서 바꿀 수 있다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일들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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