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결말이 슬프지 않으면 좋겠어.

엘리의 탄생

by 이은수

잡음 속에 심어 둔 질문은 어디로 갈까요. 여전히 소금씨는 신에게 대답을 듣지 못했어요. 그래도 신이 없다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에 모든 책을 읽어본 사람은 없으니까요. 신도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잡고 때로는 정독하지 못하는 책도 있을 테니까요.

“엘리, 오늘도 미래 이야기 해줄까?”
“응!”
“아,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우리 엘리는 행복한 결말이 좋아? 슬픈 결말이 좋아?”
“난 무조건 행복! 이야기 속에 사람들한테는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잖아! 그러니까 결말이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소금씨는 엘리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겨요.
자신이 레나의 결말에도 엘리의 결말에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러니 그들의 과정 안에 잠시 머물다 가기로 해요.

“오늘 할 이야기는 여태 했던 짤막한 이야기들과는 달라. 나는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 거야 엘리.”


남들과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아이 L이 태어났어. 눈앞에 따뜻함을 좇다 누군가의 다리를 부여 붙잡게 돼.
L의 엄마는 냄새로 L을 찾곤 해. 그런데 어디에도 L의 냄새가 나지 않았대. L과 똑 닮은 아이를 보았지만, 그 아이에게서 L의 냄새가 나지 않아 돌아서게 되었지. 그렇게 L의 엄마는 L을 가슴에 묻고 그곳을 벗어났대.


그러던 어느 날, 자다 깬 L이 앞을 봤는데 전에 만나봤던 냄새가 나. 이번엔 따뜻함이 직접 L 앞으로 걸어온 거야. 그리고 L을 살포시 그러안았어. L은 처음으로 다리가 아닌 얼굴을 볼 수 있었대. L은 따뜻함이라는 단어가 생명으로 태어난다면 그런 얼굴일 것이라 믿었대. 그렇게 둘은 함께 살게 돼.


그는 마법도 사용할 줄 알아. 그래서 L은 불안할 틈이 없었어. 항상 든든한 사람이 L의 어린 시절엔 존재했기 때문이야.
그때 L은 몰랐어. 사실은 그도 아이였다는 것을.
자라나서야 알게 돼. 아이가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을 때 누군가는 어른의 손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L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돼. 언젠가 L은 그 아이의 나이를 추월하게 되었대. 아이도, L도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같은 날 같은 시에 죽게 되는 마법.’ 그런 게 있대. 그래서 아이는 아주 위험한 마법의 재료를 찾으러 가게 돼. 다행히도 살아 돌아왔어.


그걸로 아이는 물약을 만들어서 L에게 먹여. 그런데 기대와 달리 L에게는 부작용이 나타났어. 그것으로 L은 한 시간 동안 눈물을 흘리게 돼. 눈물이 바닥에 고이기 시작했고, 눈물방울들이 한두 개씩 튀어 오르다 공기 중에서 모두 합쳐졌어.


거기서 또 다른 아이가 태어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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