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수 Jul 17. 2024

집밥

여기 빌라엔 많은 내가 산다. 이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니고 내가 사는 이야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3층에 살고 있어서 오늘도 꾸역꾸역 계단을 올라왔다.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올라오다 보면 각기 다른 밥 냄새가 풍겨 온다.


101호엔 여섯 식구가 밥을 먹고 있고 102호엔 다섯 식구가 밥을 먹고 있다. 두 곳 모두 내가 있지만 각각의 나는 다른 밥을 먹고 있었다. 여섯 식구일 때의 밥상과 다섯 식구일 때의 밥상은 사뭇 달랐다. 101호는 외식도 자주 한다. 그래서 퇴근하고 빌라에 들어설 때 101호로 들어가는 여섯 식구의 뒷모습이 종종 보이곤 했다. 102호는 외식을 잘하지 않았다. 그럴 여유가 없어 보였다.


201호엔 친구와 생활하는 내가 있다. 이곳을 지나갈 땐 이따금 배달 음식 냄새가 난다. 주로 닭 요리를 많이 시키는 듯하다. 202호는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지만 세 명 모두 혼밥을 한다. 그곳에서 나는 혼밥이 익숙한 상태다. 혼밥은 더 이상 혼자서 만드는 단어가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301호에 산다. 이곳엔 두 식구가 매일 늦은 저녁을 함께 한다. 302호엔 아직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입주한다면 이다음 글은 302호가 이어 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나몬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