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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May 15. 2020

Hope is a good thing

영화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hope'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 '쇼생크 탈출'.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을 수는 없지만, 가장 여러 차례 관람한 걸로는 독보적인 영화다. 지금도 TV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채널에서 쇼생크 탈출을 마주하면 제일 좋아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영화 맨 끝까지 시청하곤 한다.


맨 처음 '앤디'와 '레드'를 만난 건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갔던 걸로 기억한다. 대한극장이었나.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지 않지만, 당시 '댄디가이'로 손꼽히던 배우 '팀 로빈스'의 죄수복 핏이 꽤나 근사하여 한 친구와 미국은 죄수복이 왜 이리 이쁘냐며 고딩스런 대화를 나눴던 잔상이 있다.


쇼생크 탈출은 대중성과 오락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감동과 위로까지 전해준 흔치 않은 헐리웃 영화로 꼽을 수 있다. 많은 헐리웃 대작의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개연성이 흩어지거나 급작스레 과잉 감정을 부축이거나 하지 않고, 두 시간 반 정도의 러닝타임 내내 늘어지는 곳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다년간 수차례 관람해오다 보니 나는 앤디의 탈출 성공기보다 레드의 성장에 점점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교육이 부족했던 흑인 청년이 저지른 범행으로 인해 긴 시간 감옥에서 생활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시나브로 ‘희망’을 도려내어버린 것은, 나를 포함 이 땅의 많은 기성세대의 삶과 묘하게 닮아있다.



95년 당시 웬만한 남성의류 매장 쇼윈도 디스플레이보다 멋스러운 앤디


지금까지 내가 희망했던 것이 무엇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표현으로 각각 나열이가능하겠지만 결국엔 한 문장으로 모을 수 있겠다.


'나와 내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


이것이 가능하려면 사회 전반의 안녕이 우선시 되어야 하기에, 저 문장은 상당히 넓은 범주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역시 나는, 온갖 이유로 '혼자'가 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동물'의 존재인 것이다. 2020년 현재, 나의 희망은 더더욱 간절하다.



느닷없는 잡설

국민학교 미술시간에 상상화를 그릴 때 머어어언 미래로 설정했던 연도가 2020년이었는데, 그 2020년이 시작된 지 벌써 5달째. 80년대 국딩 상상엔 2020년에 역병 같은 건 없이 날아다니는 자동차들이 있었거늘, 올해는 코로나19에게 온 세상이 휘둘리는 중이다. 어쩌면 코로나19가 누적된 피로감에 폭발한 지구가 지구인에게 선빵을 날린 '세계 3차 대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철없는 중년의 국딩스런 상상)



"That is the beauty of music.  They cannot get that from you."


지금 다니는 회사는 올해로 입사 11년째.

이전의 회사들은 끽해야 2년씩 다닌 게 전부였다. 현 직장은 어렸을 때부터 상당히 좋아했던 분야 관련 기관인데, 10년이 지나니 난 더 이상 해당 분야에 예전만큼 흥미가 없고 즐겁던 일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성취감을 느끼던 것도 점차 줄어들었고 10년간 이 꼴 저 꼴 다 보다 보니 회사에 대한 나의 애정은 바닥을 친지 오래다. 내가 이 회사 내에서 품고 있는 희망은 사실 없는 것과 마찬가지.


권태로움과 무감각함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을 품고 회사를 다니고 있던 올해 초, 갑자기 사측에서 담당 업무 변경 이야기를 꺼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거니와 별로 생각해보지않았던 '순환보직'이라는 제도가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졌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내 담당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활활 타오르는 게 아닌가.


사측에서 제안한 업무 변경은 결국 반 정도 애매하게 진행되어 뭔가 찜찜한 상태로 올해를 시작했다.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변수들이 발생하여 결국 기존의 내 업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시간을 4개월째 보냈다. 다행스럽기도 불안하기도 했던 지난 4개월.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내 업무의 변수도 대기 중. 다행인 것은 이 변화의 노크로 인해 내 마음속에 쭈그리고 있던 내 일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된 점이다.

아, 건드려지고 나서야 마음속 서랍을 열어보는 여전히 부족한 나 새끼.



처음엔 싫지만, 차츰 익숙해지지.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벗어날 수 없어.

그게 '길들여진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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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도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은, 알고 싶지 않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것이 나은 것도 있다.

나는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이 아플 정도로 아름다운 내용이었다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혀있는 새장 안으로 날아들어와 이곳을 둘러싼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한순간, 쇼생크 안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쇼생크 탈출, 레드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사)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인간관계에서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손실이 없다는 것에 꽤 공감하지만, 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나'를 돌볼 수 있는 것에 대한 희망은 계속 품고 살고 싶다. 내가 보는 내가, 내가 느끼는 나의 건강과 행복이 세상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각자의 욕심을 덜어내고 선량하기를

환경을 위해 (나부터) 노력해가기를

시간이 흘러가도 흥미로운 대상이 있기를

지키고자 하는 정의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기를

나는 희망합니다



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I hope I can make it across the border.
 I hope to see my friend and shake his hand.
 I hope the pacific is as blue as it has been in my dreams.
 I hope.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드라마 미국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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