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ICA Apr 24. 2020

터프함 X 우아함 = 따뜻함

영화 그린북 Green Book

'퍼펙트 머더'를 본 여성 1인으로써, 섹시한 '비고 모텐슨'을 뇌 한편에 모셔두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는 '언페이스풀'의 '올리비에 마르티네즈'와 더불어 가히 치명적으로 섹시한 남자가 아녔던가. 마치 여자의 모든 것을 낱낱이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 같은 호기심과 반항심을 동반한 눈으로 하루 종일 바라봐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 비고 모텐슨이 브롱스에 사는-성질로는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육중한 이탈리안계 미국인 토니 발레롱가로 등장하는데 (뉴욕과 이탈리아 여행을 n차례 경험해본 바) 토니는 분명 한번쯤 만나본적 있는듯한 흠잡을 곳 없이 찰떡같은 캐릭터였다.


'험한 세상에서 우리 식구를 지키기 위해 못할 것은 없지! 대신 식구들 역시 나의 룰을 따라야 해!'


이 것은 내가 영화 '대부'를 비롯 여러 채널을 통해 접한 이탈리안계 미국인 남성 가장에게 갖고 있는 선입견이다. 완성형 기준 70% 정도의 발음과 문장만 구사하는 말투, 줄담배를 태우고, 남의 눈 따위 의식 없이 본능에 충실하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식구들에게 애정표현을 충분히 하고,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자 아빠.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 박사의 첫 만남



'마허샬라 알리'를 처음 본 것은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나쁜 놈 옆에 나쁜 놈, 그 뒤에 더 나쁜 놈이 줄지어 등장하던 독한 양파 같던 드라마에서 '마허샬라 알리'는 로비스트로 등장해 특유의 저음과 쌔끈한 옷태로 많은 사람의 기억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후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두 영화 '문라이트'와 '히든 피겨스'에 조연으로 등장했는데, 그의 등장과 동시에 체감 시간이 조금 느려지는 것 같은 기술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태양'과 '달' 같은 우리의 토니(비고 모텐슨)와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가 뉴욕 한복판에서 만나게 된다. (돈 셜리 역시 등장하면서부터 시간을 조절하는 마력을 뽐내었고, 영화가 흘러가면서 그 마력의 힘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둘은 각자의 명분을 이유로 함께 긴 여정에 돌입하는데, 차 안에서의 투닥거리는 케미가 너무 귀여워서 입꼬리를 잔뜩 올리고 관람을 했다. 닭튀김을 나눠먹는 씬은 그중에서도 백미. 기가 막히게 맛있지만, 건강에는 좋을 게 없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 그야말로 '우정'이 싹틀 수밖에 없는 행위가 아니던가.



토니에게 마음을 써주기 시작하는 돈. 이 장면의 색감 마저 우아했다.



타인들의 폭력을 견뎌내는 '돈'을 보며 점차 '토니'의 마음과 사고는 성숙해지기 시작하는데, 무식한 이유로 경멸하던 흑인을 같은 인간으로> 존중해야 하는 대상으로>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수모의 장면에서 '돈'은 내내 우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토니'는 가볍지 않은 터프함을 뽐낸다. 매 장면 따뜻함의 기조를 놓지 않는 연출력 덕에, 영화 중반부터는 이 상극인 남자 두 명을 동시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내 입꼬리도 승천!



긴 여정을 마치고 흰 눈이 쏟아지는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토니'는 혼자 궁전 같은 방 안에서 외로이 있을 친구 '돈'이 눈에 밟힌다.


딩동-

문이 열리고 큰 용기를 갖고 서있는 '돈'을 보자마자, '토니'는 온몸으로 격한 포옹을 하며 맞이한다. 그리고 '토니'의 아내 '돌로레스'와 만나는 '돈', '돌로레스' 역시 뜨겁게 환대해준다.


돈  "남편을 나눠줘서(보내줘서) 고마워요"



"편지 쓰는 걸 도와준 것, 정말 고마워요"



난 이 장면에서 입은 웃고 눈물이 흐르는 흔치 않은 감정을 오랜만에 경험했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귀하디 귀한 '따뜻함'으로 인한 감동이었다. 불과 열흘 전에 '불쾌함의 끝'이라고 할만한 사건을 겪고 요 며칠 잔뜩 날이 선 채 지내고 있었는데, 그린북을 만나 따뜻한 치료를 받은 기분이다.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따뜻함, 이것보다 기분 좋은 감정이 또 있을까.



따뜻한 사람이 최고



작성일자 : 2019년 2월 6일



그린북 Green Book (2018)

드라마 미국

(감독) 피터 패럴리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이전 06화 바티칸에서 먹는 피자와 환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