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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May 12. 2020

우주로 향하는 그녀들의 스텝

영화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yeah

come on

Move like that

Look at here

can you move like that?

> Crave (Pharrell Williams) / Hidden Figures O.S.T


히든 피겨스 첫 장면, 그녀들을 태운 차가 달릴 때부터 음악을 담당한 퍼렐(Pharrell Williams)은 나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흥이 터지는 와중에 나의 그녀들(이미 사랑에 빠짐) 도로시, 캐서린, 메리가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며 등장한다. 낡은 차가 고장이 나 길에 퍼져버리고 상스러운 경찰이 주접을 떨어도 그녀들의 에너지는 당당하고 경찰차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건지 추격하는 건지 모를 속도 역시 쌩쌩 그 자체.


합당한 대접은커녕 냉랭한 무시를 고상한 척 떨고 있는 상사 비비안(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이 사사건건 태클을 걸어도 우리 왕언니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Octavia Spencer)은 탱크처럼 씩씩하고 든든하게 서관 전산실을 지켜주고, 탄산수 같은 똑순이 메리 잭슨(자넬 모네/Janelle Monae)은 전례가 없는 최초 흑인+여성 NASA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여러 한계를 단계별로 넘기 시작한다. 수학 천재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핸슨/Taraji P. Henson)은 NASA의 심장부로 불려 들어가 각종 수모를 겪는 와중에도 천재성을 반짝반짝 발한다.

 

탄산수 같이 시원한 메리, 흑진주처럼 은근한 빛을 내는 캐서린, 아묻따 리더로 따를 수 있을 도로시



NASA 내 각자 맡은 롤이 현저히 다르지만, 그녀들은 끈끈함 이상의 동지애와 응원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이슈이지만 60년 전 당시 '여자'이자 '흑인'이라는 연대는 가히 거대한 무게이지 않았을까.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그녀들은 자신의 우주를 향해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Runnin' from the man man

Runnin' from the badge badge

Don't act like you was there when you wasn't

Runnin' toward our plans plans

and the judges hands hands

Don't act like you was there when you wasn't

I know they say you crawl for you walk

But in my mind I already jog

If I stand still I cannot get far

They want the Moon I'm on Mars

> Runnin' (Pharrell Williams) / Hidden Figures O.S.T



'히든 피겨스'였던 서관 쪽방의 그녀들과 그녀들의 왕언니 미쎄스 본



IBM 기기 프로그래밍을 미리 익히고 근로자 대상 교육까지 완료시킨 야무진 리더 도로시 덕에 NASA 서관 한 귀퉁이 쪽방에 모여 앉아 있는 유색인(coloured) 여성 전산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에 성공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영화 제목 그대로 '히든 피겨스'였던 그녀들. IBM 사무실로 옮겨가는 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전산실을 박차고 나와 구두 소리를 도각 도각 내며 건물을 옮겨가 새로운 사무실 IBM 직원들에게  "웰컴 레이디스~!!"라고 환영을 받는 장면은 영화 중 가장 신나는 장면 중 하나였다.


I was down on myself and I called you

And your answer is "What can I do?"

So much you do for me

In the sound of my breath

seen all the years of surrender

Just know I'm here reporting for duty

When it feel this good

Don't ever let go go


Hard to believe Surrender!

But there's a difference Surrender!

I surrender Surrender!

'Cause I understand

For me Surrender!

There's no coincidence

Just confirmation

Let me see them hands

> Surrender (Pharrell Williams&Lalah Hathaway) / Hidden Figures O.S.T



NASA의 슈퍼 컴퓨터였던 캐서린



도로시가 서관의 그녀들을 지켜낸 덕에 속 썩이던 IBM 컴퓨터가 기능을 발하며, 그간 NASA의 슈퍼컴퓨터였던 캐서린의 자리를 빼앗는다. 2020년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직업이 사라져서 일자리를 잃는 경험을 하게 된 캐서린. 그녀의 안타까운 현실에 크게 마음 아파할 관객(나처럼)을 위해서인지 실제로 그랬던 건진 모르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서윗한 약혼남(무려 마허샬라 알리!!)이 등장하여 영화 막바지 관객의 컨디션을 지치지 않게 해 준다. 나는 아프리카계-미국인들 대화 표현 중 "아~하~"라는 리액션을 좋아한다. 캐서린이 "아~하~"로 새초롬하게 일괄하며 저음이 멋진 존슨과 대화를 나누며 춤을 추는 장면은 이 영화의 휴식 같은 장면으로 유독 기억에 남는다.


Baby, yes, we can
The love that we have like the clouds and the sky
(Baby, yes, we can)
We ain't in no rush, we can take our time blowin' by

You're my woman, don't need another
Get behind the other, we can lift each other
Tornado weather, we another level
You're my woman, don't need another
Get behind the other, we can lift each other
Tornado weather, we another level

> Able (Pharrell Williams) / Hidden Figures O.S.T



Yes, we can.  Are one and one equals three.



보디가드 아저씨(케빈 코스트너)가 인종 구분이 되어있던 화장실 사인물을 때려 부수기 전까지 비가 퍼부어도 뾰족구두를 신고 800미터를 뛰어 서관 유색인 화장실을 오가던 캐서린처럼, 지금도 많은 여성 근로자들이 '유리 천장'을 견디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아마 60년 전 그녀들의 '최초'를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이어져 지금이 되었겠지. 아이들을 키우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며, 회사에 다니고 있는 여성을 볼 때마다 난 초능력자를 보는 것 같다. 간신히 내 몸 하나 간수해가며 회사 생활하는 것도 종종 벅찬데, 그녀들은 그야말로 슈퍼우먼. 무경험자로썬 감히 엄두도 안나는 그 고됨을 견디며 살아내고 있는 모든 '엄마 사회인'을 존경한다.


난 서울을 포함 그간 방문해본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비장애인 여성 노숙인을 본 적이 없다.(비장애인 남성 노숙자는... 할많하않) 어떻게 이렇게까지 큰 성비 차이가 날까... 궁금했던 어느 날, 옛 직장 건물에서 근무하시던 미화 선생님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분은 50대 후반 정도의 어머님이셨는데 유독 고우셨다.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다가 예전에는 특별히 어렵지 않게 살던 가정주부셨는데, 남편이랑 연이 끊겨 본인 혼자 자식을 키우며 경제활동을 해야 할 상황이 닥쳐 급작스레 건물 미화 업무를 시작하셨다는 사연을 전해 들었다. 생각해보니 수많은 빌딩 미화 직원들은 대부분 중장년 이후의 여성, 그리고 상당수가 '엄마 사회인'이다. 그 슈퍼우먼들 덕에 많은 건물은 깨끗하게 유지되고 그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은 쾌적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비단 NASA 같이 큰 회사에 속해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녀들은 각각의 우주를 향해 오늘도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리라.





각자의 우주를 향해 달리고 있는
슈퍼우먼들을 위하여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 2016

드라마 미국

(감독) 데오도르 멜피

(출연)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케빈 코스트너, 짐 파슨스, 마허 샬라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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